시조♠감상해 보자

곡우 무렵 /이영필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4. 2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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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우 무렵

 

이영필

 

 

하루 끝에 놓여있는 정육식당 소주병들

주황색 전등 아래 잔 비우는 사내들

문밖엔 대지가 비운 잔 봄비가 채워준다

 

하루치 노동은 술잔에 녹아들고

삼겹살 신김치로 피곤을 씻는 저녁

타고 온 낡은 자전거 가등기대 졸고 있다

 

묵은 마음 사르듯이 새 불판에 앉은 사내

초록 움 틔워내는 치열한 계절 앞에

봄나물 한 점 집으며 입맛 다시 찾는다

 

 

 

―『시조21』(2021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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