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곡우 무렵
이영필
하루 끝에 놓여있는 정육식당 소주병들
주황색 전등 아래 잔 비우는 사내들
문밖엔 대지가 비운 잔 봄비가 채워준다
하루치 노동은 술잔에 녹아들고
삼겹살 신김치로 피곤을 씻는 저녁
타고 온 낡은 자전거 가등기대 졸고 있다
묵은 마음 사르듯이 새 불판에 앉은 사내
초록 움 틔워내는 치열한 계절 앞에
봄나물 한 점 집으며 입맛 다시 찾는다
―『시조21』(2021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