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감상해 보자

먹먹하다 / 송태준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5. 8.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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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먹하다

 

송태준

 

 

바람비 질척그려 인적 뜸한 말죽거리

붙박은 노숙 탓에 만성피로 달고 사는

태 먹은 철제 부스가 갓밝히 열고 있다.

 

번대머리 붙여 놓은 별쭝난 '선수두구'

세상 일 거꾸로 읽어 속내를 꿴다는 듯

뜨악한 얼굴색 달리 재바른 사내 손길.

 

길거리 나앉을 줄 뉜들 미처 알았을까

그 바닥 돌고 돌아 내몰린 벼랑 끝에서

불덩이 치밀 때마다 '살자'로 고쳐 읽어,

 

몸성한 지어미가 먹이처럼 날라 오는

헌 거죽 광을 내는 고무다리 발치 저편

갓 벙근 앉은뱅이꽃 여기도요! 손 흔든다.

 

 

―시조집『바람의 노래』(2021. 알토란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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