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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들
이동호
밤늦은 시간 퇴근하고도 활짝 웃어주던 아내가,
아침 일찍 일어나 피곤한 몸으로도 가족을 위해 아침을 준비하던 아내가,
일곱 시에 오는 마을버스를 타야 여덟 시 반 출근 시간에 맞출 수 있다며,
낡은 현관문을 허물 벗듯 나서던 아내가,
자전거를 타다 넘어져 다친 막내의 무르팍을 안쓰럽게 어루만지던 아내가,
장인어른 상중에서도 가끔 웃어 보이던 아내가
잘못 선 보증으로 있는 집 팔고 지금의 반지하 월세 집으로 이사 와서도 열심히 살아내던 아내가,
그런
아내가,
운다
굴뚝 나무 끝에 올라 철야 농성 중인 남편을 바라보며
콘크리트 바닥 나무에 착 달라붙어
아내가,
운다
ㅡ『시산맥』(2021,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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