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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꽃밭
이윤학
접어놓은 껌 종이를 펴 냄새를 맡곤 하는 소녀에게
도라지꽃이 피어난 꽃밭 앞에 쭈그려 앉은 소녀에게
아직도 집 떠난 엄마 냄새가 나냐고 물으려다 말았다
이곳은 두 마리 분의 개똥을 내다 버린 공터였다 말을
못하는 막내 이모를 위해 돌아가신 할머니가 만든 도라지
꽃밭이었다 흰색 보라색 낮 별들이 무슨 죄를 짓고
하늘에서 추방된 곳이라 소녀에게 말할 수 없었다
새카만 말들을 만드는 벌을 받는 곳이라 말할 수 없었다
까맣게 탄 소녀의 얼굴이 눈물범벅이 되었다
한순간만 기억나는 뙤약볕이 이 세상에 존재했다 활짝 핀 낮 별들이
붉은 눈을 비비며 우는 소녀와 태양뿐인 하늘을 지켜보았다
―시집『나보다 더 오래 내게 다가온 사람』간드레 시,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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