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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미친짓일까요
김혁분
그랬다
서른이란 뒤척임이
익숙해지기 전까지
동거는 빨간 코의 사슴을 찾는 일처럼 밤낮이 없어
너 한 입, 나 한 입 베어 물고
손 닿지 않는 등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생일은 일 년에 한 번뿐이라서 열 손가락을 다 내밀지 않았지만 손가락마다 다 끼워 주기로 했다
휴일엔 서로의 간肝을 나누고 그런 날 저녁은 하나의 심장으로 서로의 웃음소리로 간간 귀를 적셨다
동시다발로 밀고 당기는 너에게 어느 순간 입을 맞출까 간을 보면서
어쩌다 날린 풍등에 돌풍이 불어와도 바람의 깊이를 가늠하며
넘어서야 하는 우리라는 우리는 코인을 채굴하는 광산 같았다
꿈속의 꿈같은 체위를 바꿔 봐도
시간은 멈추지 않아 배꼽을 딱 맞춘 우리
이제 결혼해도 될까요
―웹진『시인광장』(2021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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