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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네가 이 순간을
오정국(吳廷國)
어디선가 네가 이 순간을 본다면, 이토록 아름다운 춤은 없었다고 말할 거야 내 몸 어디에서 이런 춤이 나온 건지 알 수 없어
이 얼굴로 내가 시작되는 게 아니고
이 발걸음으로 내가 멈춰서는 게 아니라는 것이지
이 춤은 차갑고 무서워
북극 빙하에서 꺼내온 눈보라 같고
새의 심장에서 건져온 날개 같아
네가 그 까닭을 말해주길 바라는데
어둑한 숲에서 자작나무 흰 빛이 새어나오고, 강바닥의 물살이 자꾸만 교각에 되감겨 오네 너는 멀리서 아득하게 살아 있어서
내 몸이 껴입는 풍경들
월요일의 장미가 꽃피고
수요일의 가로수가 밀려오고
금요일의 묘지가 불타고 있어
언제 어디서든 단 한 번의 춤이야, 그러니까 장미의 입술을 너에게 보내고, 구름과 바람과 태양의 날씨를 여기에 담는 거야, 택배 잘 받아
―시집『재의 얼굴로 지나가다』(민음사,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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