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시 /최진영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8. 14. 17:07
728x90

  시

 

  최진영

 

 

  이건 시고 저건 시가 아니야? 은유가 있어야 시고 없으면 시가 아니라고? 그럼 예수님은 시인이야? 한글 막 깨우친 할머니들이 쓴 시는 시가 아니라며 딴죽 건 문단 그 선배는 시인이야? 약력이 똥통처럼 가득 차야 시인인가? 배가 불러야 시인이야? 유명한 시팔이는 시인이 아니야? 왜 시인이 아니야? 그 친구 보다 더 시집 판 사람 있어? 남들이 시인이라고 불러주면 시인 아니야? 등단해야만 시인이야? 시골에 꽃 같은 아이들이나 장수한 노인의 입에서 쏟아지는 진리는 시가 안되나? 알아듣지도 못한 시를 쓰면서 시인이야? 뭐가 시야? 시들지 않는 시 쓰면 시인 아니야? 내가 쓰고 있는 건 시야? 시 아니야? 내가 시라고 하면 시 아니야? 시 아니라고 하면 시가 아니게 되나? 시비 거는 시인은 시비나 만들어주자고, 살아있어도 뭐 어때, 요즘 트렌드던데.

 

 

 

―시집『모든 삶은 PK로 이루어져 있지』(스타북스,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