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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가 왔다
한영채
사월이 물감을 푼다
새벽빛이 쏟아졌는지 노랑 물안개가 핀다
바람이 몰고 온 거대한 노랑을
그림자 항아리에 꽂는다
흐르는 강물, 긴 꽃밭에 어제 온 비가
깊고 푸른 물 가득하다
가을 지난 씨앗들이 아몬드나무처럼 자라
연노랑으로 일어나는 중이다
사월 중심에 선 나는,
자화상을 생각하는 사이
물망울이 별처럼 튄다
작은 바윗돌에 앉은 어린 자라가 햇볕을 쬐는데
바람이 불 때마다 노랑노랑 흔들린다
2층 카페테라스를 지나는 물병아리들
어디선가 노랫소리 들린다
강물을 담은 모가지 긴 꽃병
해바라기 없어도 해바라기 가득하다
강물에 고흐가 지나간다
―시집『모나코 나비처럼』(한국문연,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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