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고흐가 왔다 /한영채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8. 2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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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가 왔다

 

한영채

 

 

사월이 물감을 푼다

 

새벽빛이 쏟아졌는지 노랑 물안개가 핀다

바람이 몰고 온 거대한 노랑을

그림자 항아리에 꽂는다

흐르는 강물, 긴 꽃밭에 어제 온 비가

깊고 푸른 물 가득하다

가을 지난 씨앗들이 아몬드나무처럼 자라

연노랑으로 일어나는 중이다

 

사월 중심에 선 나는,

자화상을 생각하는 사이

물망울이 별처럼 튄다

작은 바윗돌에 앉은 어린 자라가 햇볕을 쬐는데

바람이 불 때마다 노랑노랑 흔들린다

2층 카페테라스를 지나는 물병아리들

어디선가 노랫소리 들린다

강물을 담은 모가지 긴 꽃병

해바라기 없어도 해바라기 가득하다

 

강물에 고흐가 지나간다

 

 

 

―시집『모나코 나비처럼』(한국문연,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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