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브로콜리​ /강미영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1. 1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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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

강미영

 

 

어느 쪽을 잘라도 나의 분신은 살아있었다

 

마트로시카 인형처럼 나의 모습 안에 또 다른 내가 끊임없이 탄생했다

 

팔 다리는 지워지고 모난 부분 없는 머리통만 가지고 나무들을 임신했다

 

생의 끝을 아는 듯 너무 많은 길을 걸었다

 

끝도 없는 노래가 마르지 않고 계속 흘러나왔다

 

세상에 없는 푸른 목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나의 분신들은 누군가 와서 구두를 신지 않는 발목을 베어주기만 기다렸다

 

유일한 문장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진 걸까, 비가 내리고

 

핏물이 흐르지 않도록 저녁밥을 지었다

 

낡고 긴 생활이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게 여러 번 헹구어졌다

 

 

 

  ―계간『시와 사상』(2021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