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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시조시학상 수상작
안전진단연구서
ㅡ타로점을 치다
이유채
무서운 악력에 두 손이 움켜잡힌다
등뼈가 무너져서 길을 잃은 목선일까
부품을 줍는 손가락 긴장을 말아쥔다
비정규직 서러움이 자막처럼 지나간다
별들이 여기저기 커서처럼 돌아다니고
육체는 헐거워진 채 터널 속을 통과한다
뻗어내는 언어들로 하얀 수첩 채워질 때
각이 진 모퉁이들 조금씩 둥글어지고
검붉은 생채기들이 아문 듯이 가라앉는다
빠져나온 회전문을 다시 한 번 돌아본다
굳어 있던 실핏줄이 봇물처럼 부풀고
살과 뼈 둥글어지며 잠시 환한 집에 든다
ㅡ 『시조시학』(2021,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