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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빛 식탁
한이나
그녀가 물의 정원 나무 그늘에 식탁을 차렸다
눈앞 강물이 반짝이고 풀밭은 초록의 그림자
우리만 나이를 한참 먹었다
진심을 차린 우리들의 싱싱한 식탁
찰진 이야기 술술 풀려나오는
물빛 사원 만찬인 듯
오늘 하루 나를 낭비하지 않기로 했다
너무 힘껏 살지 않기로 했다
계단이 없는 평평한 물의 정원 저 푸른 그림자의 풀밭
나무 그늘에 누워 하늘을 독차지한 게
오늘 내 전부
아무도 슬프지 않아 질한 내 생의 정점
그림자의 그림자인 내가 웃는다
죽은 친구는 저승 벌판을 헤매느라 오지 못하고
오래 펄럭였던 얘기 한 줌 바람으로 정결했다
―시집『물빛 식탁』(서정시학,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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