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집으로 가는 길 /홍해리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5. 18.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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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

 

홍해리

 

 

어쩌다 실수로 아내의 치매약을 먹었습니다

그날 밤 꿈속에서

하염없이 거리를 헤맸습니다

 

집으로 가는 방향을 찾지 못하고

걸어다니는 일도

차를 타는 것도 다 잊은 상태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허우적허우적거리다

때로는 허공을 날기도 했습니다

 

며칠 전 길을 잃고 헤맨 아내

그 뒤를 쫓아다녔는지도 모릅니다

여덟 시간 미아가 되었던 아내의 긴 세월을

하룻밤 꿈으로 대신했나 봅니다

 

아내의 치매약으로

다른 한세상을 구경한 내가

약도 없는 치매환자가 되어

환한 대낮에 길을 잃고 허청댑니다.

 

 

 

―시집 『마음이 지워지다』(놀북,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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