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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저녁 강가에서
김연화
비 내리는 저녁 강가에 달맞이꽃 이파리마다 빗물 흐릅니다
불어난 강물 속으로 부러진 나뭇가지들이 떠내려옵니다
백로 한 마리 날개를 접고 그걸 타고 내려옵니다
아득한 상류로부터 초록 나뭇잎과 잔가지들이 달린 나뭇가지를 타고
내려오던 백로는 날개를 펴고 다시 상류쪽으로 날아올랐습니다
백로는 마침 뱃놀이를 즐기고 있었던 겁니다
새도 풍류를 안다고 새가 내게 말했습니다
폭우가 쏟아져 강물에 파도가 치니 새들도 파도를 타고
내 일곱 번째 늑골에도 바다가 밀려와 파도가 쳤습니다
나도 세속의 옷을 벗고 새가 되어 그 강가에서 오랫동안
노 저었습니다
파도가 높을 때마다 배는 기우뚱, 달빛에 젖고
강 언덕의 달맞이꽃잎에 내 몸도 흠뻑 젖었습니다
ㅡ시집『초록 나비』(천년의시작,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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