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귀 밝은 사람이 되고 싶다 /박완호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8. 9.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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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밝은 사람이 되고 싶다

박완호


귀 밝은 사람과 나란히 밤길을 걷고 싶다
낮에 보았던 세상의 환한 치부를
어둠에 씻어내며 눈에 담지 못하던
고요의 속내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싶다
먼 은하에서부터 쉬지 않고 달려와
나뭇가지를 스치는 별들의 기척에
저절로 고개가 젖혀지는 사람,
뜰채 같은 손가락 사이 깃드는
적막을 공깃돌처럼 만지작거리고 싶다
점자 찍듯 흔들리는
풀잎들의 수신호 따라
어두운 숲길을 건너는
누군가처럼 나도
한껏 밝아진 귀를 갖고 싶다

 

 

ㅡ월간『모던포엠』(2022,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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