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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를 타시거든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0. 3. 1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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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제일 높은 역, 해발 855m ... 추전역(杻田驛)

 

 

 

                                 <♣이 사진은 '즐거움을 찾아서' 라는 다음 블러그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열차를 이용하여 친척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모처럼 타보는 열차 여행이라서 그런지 발 올려놓는 곳도 있고 편하고 좋았습니다. 떠드는 사람들의 소리가 조금 신경이 쓰이기는 했지만 덜컹덜컹거리는 침목 위의 바퀴 굴러가는 소리가 옛날 향수를 불러일으켰고 강원도 산골로 접어들자 태백에 20센지의 눈이 내렸다는 일기예보처럼 하얀 눈을 이고 서 있는 먼 산도, 추운 날씨에 그대로 얼어붙어 철로변 가까이 보이는 상고대도 다 아름답고 그림 같아 내려서 사진을 찍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강원도에서 생산되는 석탄을 실어 나르기 위해 1973년 태백선 철도가 개통되면서 뚫은 정암굴이라는 터널은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길고 몇 분에 걸쳐 이 굴을 빠져나가면 바로 추전역인데 이 추전역은 역 앞에 표시석에 세워져 있는 것처럼 한국에서 가장 높은 곳(해발 855m)의 고지대에 위치해 있습니다. 난방 연료로 기름과 가스에 밀려나 지금은 무연탄 수송보다 환상선 단풍열차와 눈꽃열차가 더 유명한 태백선의 하늘 아래 제일 높은 역인 곳입니다.

 

추전을 지나면 곧 태백이기에 좌석 위 옷걸이에 올려놓은 양복을 찾았습니다. 열차에 올라타자마자 더워서 아무 생각 없이 옷을 걸어두었습니다. 신문도 보다가 잠도 자다가 바깥풍경도 보면서 즐거운 여행이 되었는데 옷이 보이지를 않습니다. 누가 가져갈 리도 없고 해서 아래를 보니 바닥에 떨어져있었습니다. 얼른 주워서 보니 먼지도 묻었고 스팀나오는 곳에 떨어져 있어서 뜨거워서 등 쪽이 많이 구겨져 있었습니다. 결혼식에 가는길이라 구겨진 옷이 신경이 쓰여 아무 생각도 못했는데 서울로 돌아와 식당에 들렸다가 지갑을 꺼내니 돈이 하나도 없습니다. 지갑 안의 카드와 다른 것들은 손도 안대고 현금만 다 꺼내간 것입니다.

 

가만 생각하니 앞에 앉아 있던 못생긴 젊은 두 녀석의 짓인 것 같은데 언제 어느 역에서 내렸는지도 모르고 추측만 가능한데고 즐거운 열차여행이 그만 기분이 잡치는 여행이 되고 말았습니다. 혹시라도 기우에서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만 행여라도 저 같은 바보가 되지 마시고 열차를 이용하시면 중요한 것은 다 빼고 옷만 걸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