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루파나레라*/최재영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0. 3. 2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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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파나레라*/최재영

 

 


골목 입구 길 바닥에 새겨진 루파나레라*
열쇠 구멍을 닮은 사랑의 표적이다
내게 알맞은 키를 돌려야
제대로 된 쾌락을 즐길 수 있다는 의미일까
매몰되었던 고대의 환락가를 들어서자
온갖 종류의 체위가 전시되어 있다
사랑은 어두울수록 더 대담한 것
숨도 쉴 수 없는 화산재 속에서
수천 년 동안 성교 중인 남녀를 만난다
배를 바짝 밀착시킨 사인엔
그들을 떼어놓을 시공이 없다
격렬했을 절정들
신음을 뱉어낼 새도 없이 굳어버린 혀는
순간이 영원을 간다고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들은 서로에게 어떤 체위의 키를 꽂은 것일까
끓어오른 용암처럼 수천 번도 넘게
세상의 낮과 밤이 뒤집어지고
매몰된 도시가 뜨겁게 달아올랐으리라
진열장 안의 은밀한 순간을 들여다보며
화석이 돼버린 오르가즘을 즐기는 사람들
그들은 어떤 사랑을 탐하고 있는가

 

 


* 루파나레라 : 폼페이의 홍등가를 들어가는 골목 입구 바닥 표지판

-최재영 시집『 루파나레라』. (천년의 시작. 2010)

2010. 03.23. 밤 2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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