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새/유자효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0. 3. 29.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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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효

 

 


산불이 났다
불의 바다 속에서
작은 새 한 마리가 떠나지 않고 있었다
새는 나무 위를 맴돌며
애타게 부르짖었다
그 곳에는 새의 둥지가 있었다
화염이 나무를 타고 오르자
새의 안타까운 날개짓은 속도를 더해갔다
마치 그 불을 끄기라도 하겠다는 것처럼,
둥지가 불길에 휩싸이는 순간
새는 벼락처럼 떨어져 내렸다
그리곤 감싸 안았다
갓 부화한 둥지 속의 새끼들은
그리고는 순식간에 작은 불덩이가 되었다


품페이에는 병아리들을 날개 속에 감싸안은 닭의 화석이 있다

 

 


-시집『성자가 된 개』(시학, 2006)
(『시와사상』 04년 겨울호)
2010. 03.27 / 오전 11시 5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