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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상(西海上)의 낙조/이태극
어허 저거, 물이 끓는다
구름이 마구 탄다.
둥둥 원구(圓球)가
검붉은 불덩이다.
수평선 한 지점 위로
머문 듯이 접어든다.
큰 바퀴 피로 물들며
반 나마 잠기었다.
먼 뒷섬들이
다시 환히 열리더니,
아차차, 채운(彩雲)만 남고
정녕 없어졌구나.
구름 빛도 가라앉고
섬들도 그림 진다.
끓던 물도 검푸르게
잔잔히 숨더니만,
어디서 살진 반달이
함(艦)을 따라 웃는고.
(『꽃과 여인』. 동민문화사. 1970)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4편 수록 중 1편)
2010-04-21 / 오전 7시 8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