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환 시 창작법 강의 21
은유의 원리
1. 동일성의 원리
휠라이트에 의하면 은유의 원리는 동일성의 원리와 투쟁의 원리로 나누고 있다.
먼저 동일성의 원리로 볼 때 은유는 대체로 비슷한 두 사물의 상사성 혹은 유사성을 통한 두 사물을 결합하는 것이다. 키가 큰 사람과 높이 솟은 전봇대의 공통점을 찾아내어 그 비슷함을 두 사물을 결합시켜 그 의미를 드러내는 것이다. 예를 들면 ‘그 사람은 전봇대다’라고 했을 때 ‘그 사람’과 ‘전봇대’ 사이의 상사성에 의하여 그 사람의 특징을 드러내는 것이다. 휠라이트에 의하면 은유는 어떤 철학적 논리에 의하여 지탱하며 이미 알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 못한 것 혹은 완전하지 못한 상태를 명료하게 깨닫게 하고 그 본질을 정의하며 서술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은유는 단순한 서술의 형식을 지향하는 <산문적 은유>와 단순서술을 초월하여 비논리적 관계까지를 지향하는 <본질적 은유>로 구분하며, 현대시의 경우에는 후자의 은유를 많이 선택한다. 그러나 전자와 후자를 결합시켜 더욱 복잡한 구도의 은유를 이끌어 내기도 한다.
<산문적 은유> - 1) 내 마음은 호수요
- 2) 나무는 바보
누워서 잠들지 못한다
1)에서 마음과 호수가 동격으로 표현되고, 이의 표현은 어떤 사물을 나타내고자 할 때 쉽게, 우리 일상 회화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형태의 은유이다. <내 목에 감긴 머풀러가 바다가 된다>는 표현도 머풀러와 바다가 동격이 되면서 쉽게 그 의미를 알 수 있게 된다. 머풀러의 펄럭거림이 바다에서 파도의 출렁거림과 동일시되면서 <머풀러는 바다다>는 등식을 성립 시킨다는 것이다. 2)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 문학적 논리성이 표면에 드러나면서 쉽게 그 의미가 전달되는 표현이다. 나무와 바보가 동격이 되면서 그 다음 행에서 그 이유를 제시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그 의미를 추출할 수 있는 형태의 은유를 <산문적 은유>라고 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본질적 은유>는 복잡한 논리적 구조를 띄게 된다.
<본질적 은유> - 그 열차의 발
재빠른 어둠 속에서 나누는 섹스
피와 굶주림의 축제
위 예시에서는 열차와 섹스와 종착역의 관계는 상상력을 통한 연결 없이는 불가능한 부분이다. 열차가 빨리 달려가고 터널을 향해 돌진해 간다. 터널은 여성을 상징하며 열차는 남성을 상징한다. 터널을 열차가 빠져 나가는 형상을 섹스행위로 파악하고 그들의 사랑과 별리는 열차가 멈춰 섰을 때 비로소 끝난다는 이미지를 끌어와 의미를 복합적으로 드러내 보여 주는 것이다. 이렇듯 본질적 은유는 비논리성을 바탕으로 하여 좀 더 다양하고 복잡하고 섬세한 의미까지를 담고 있기에 현대시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기법이다.
햇살 눈부심에 질려
감히 드러내지도 못하고
하늘 한 귀퉁이
바람 벗을 삼아
소리 한번 질러 보지 못한 채
찬 듯 기운 듯
안타까이 스러져 가는 낮달
독자의 시 <낮달> 전문
이 시는 비교적 쉽게 발견해 낼 수 있는 평이한 은유를 담고 있다. <나는 낮달이다>는 구조 속에 <낮달은 찬 듯 기운 듯 안타까이 스러져 간다>는 의미를 전달한다. 곧 시적 화자가 자신을 낮달로 드러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낮달이 처해있는 상황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상사성 혹은 동일성으로 접근해 간 경우가 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은유를 남에게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바로 천재성의 징표라고 했고, 훌륭한 은유는 비상사성 속에서 상사성을 직관으로 인식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단순한 서술형식으로서가 아니라 병치형식까지 제시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좀 더 본질적인 은유는 상이한 재료들을 병치하고, 다소간의 스케일의 차이는 있으나 비논리적으로 전향하는 기법들이 그것이다.
엘리엇의 황무지, 조이스의 율리시즈, 파운드의 칸토즈와 같은 작품들이 병치의 원리를 적용하여 끌어간 대표적인 작품들이라 할 수 있다.
이들 작품들은 다소 스케일의 차이는 있으나 한 초점에서 다른 초점으로 신속하게 비논리적으로 전향되는 기법들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기법은 하나의 체계적 리듬을 완성한다는데 귀중한 의미가 있다. 물론 은유를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사용함은 옳지않은 부분이기도 하다.
이런 부분은 리챠즈에 의하면 매재와 취의의 관계인식이 문제이다. 그리고 이 관계는 오직 문맥에 의해서만 파악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리챠즈가 전제했던 1)은유는 어떻게 작용하는가? 2) 실제 은유 속에 야기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두 물음 중에서 1)이외에는 완벽하게 서술되지 못하고 있다. 리챠즈의 표현에 따르면 은유의 사용은 논리적 관계여부를 추정하기 어려운 것으로 <매우 다양한 요소들이 경험의 무늬 속에 조직되는 불투명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는 시 속에서 태도와 충동에 효과를 주는 것을 은유로 보고 있다. 이렇게 불투명하게밖에 볼 수 없는 은유는 상호 충돌의 원리를 요하면서 전개되는 것이다. 은유는 신비평가들의 장력, 역설, 반어 등의 원리에 포괄되면서 시적 에너지의 원리가 되는 것이다. <화해의 원리>로 표명되기도 하는 이것들은 통합, 동일성, 행융합 등의 용어로도 해명되고 있다.
문풍지 울리는 바람 소리에/서늘한 가슴을 잡고/달처럼/달같기만 한 사람을/생각합니다.
하루의 절반은 인어/절반은 사람/노을이 언덕에 깔릴 무렵이면/어여쁜 처녀가 되는/사랑스런 님.
물빛이 들어/아름다운 얼굴을 잃고/말을 잃어도/밤이면 다시 여자로/행복을 그립니다.
가냘픈 어깨에 드리워진/무거운 짐도/ 한 때 끼니를 걱정해야하는/가난도/ 아침이면/사랑에 목마른 사람들은/아ㅍ산에 걸린 구름처럼/이내 사라졌다/돌아올 무렵엔/거뭇거뭇한 마음을 안고/푸른 당근 밭을 지나옵니다.
남빛 바다를 울리는/깊은 숨소리
당신은/ 하루에도 몇 번인가/가슴의 소리를 공중으로 뿜어내지만/돌담 밑에 살그머니 핀/문주란 꽃잎같은/부끄럼 많은/은빛 인어입니다.
개나리빛 유채꽃이/속삭대는 마을/ 긴 그림자 늘어뜨리며 가는/아낙네의 머리 위로/물새떼는 훨훨 날고/달을 닮은 당신은/물허벅에/차곡차곡/바다의 넋을 주워 담습니다.
독자의 시 <비바리> 전문
해녀의 하루 일상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은 은유를 차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돈되지 않은 구성 때문에 산만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은유의 개념이 아직도 우리들의 감각적, 정서적, 의미론적 욕구를 충분히 만족 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A is B 라는 서술 형식으로 귀결되는 은유는 A와 B의 동일성 속에 내포된 논리적 관계에 그 흥미가 놓인다. 곧 동일성은 단순한 상사성이 아니라 동일성의 독특한 연결 체계란 A is B라는 정의는 논리적일 때보다 비논리적 혹은 반논리적일 때 A is B 그대로 정의 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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