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이기를 포기합니다"
매일경제 | 입력 2011.02.24 17:33 | 수정 2011.02.24 20:48 |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 광주
"우리 국적에 대한 국민의 애착심이 이렇게 낮을 줄은 몰랐죠…." (정부 관계자) 저출산 여파 속에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정부가 지난해 국적 이탈을 까다롭게 법을 바꾸자 오히려 한국 국적을 조기에 포기한 사례가 속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정출산 등으로 외국 국적을 얻었지만 실상은 국내에서만 살아온 이른바 '무늬만 외국인'들이 새 규제를 피해 지난 연말에 국적 포기 러시를 이룬 것. 한국 국적에 대한 애착을 기대하고 법을 바꿨다가 현실을 실감한 정부는 씁쓸한 표정이다.
24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국적을 포기하겠다며 자발적으로 국적 이탈을 신청한 내국인 복수국적자는 모두 133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연도인 2009년(653명)보다 2배 이상 폭증한 것으로 2006~2009년까지 이탈 신청자는 연 평균 650여 명 수준이었다. 이탈자가 갑자기 불어난 이유는 다름 아닌 개정 국적법 때문.
종전 국적법은 내국인 복수국적자에 대해 만 22세까지(군필자는 병역의무 이행 뒤 2년 내) 외국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 국적을 선택할지 여부를 신고하도록 했다. 기한 내에 신고하지 않으면 한국 국적을 유지할 의사가 없다고 보고 국적을 자동 박탈했다.
그러나 정부는 엄격한 복수국적 금지로 국가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해 복수국적을 탄력적으로 허용하는 방향으로 국적법을 개정했다.
반면 내국인 복수국적자의 해외 이탈은 최소화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한국 국적을 이탈하는 행정 절차를 종전보다 까다롭게 설정했다. 기존에는 국내외 거주지와 관계없이 한국 내에서 국적 이탈 신고가 가능했지만 개정법이 발효된 올해 1월부터는 오직 외국에 있는 현지 대한민국 공관에서만 국적 이탈을 신고해야 한다.
복수국적의 틈새 이익을 기대하고 외국 국적을 반짝 취득한 뒤 줄곧 국내에서 살다가 신고 기간 때 한국 국적을 내놓는 이들에게 정부가 더 이상 행정적 편의를 제공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다.
예컨대 원정출산으로 미국 국적을 얻은 뒤 서울에서 살아온 A씨가 한국 국적을 포기하려면 이제는 외국 국적이 있는 미국으로 건너가 현지 한국대사관에서 국적 이탈을 신청해야 한다. 미국에 연고가 없는 A씨라면 국적 포기를 위해 수백만 원의 항공ㆍ숙박료를 감수해야 하는 식이다.
그러자 종전 법의 효력이 소멸되기 전에 한국 국적을 조기에 포기하려는 이탈 신고 건수가 작년 말에 쇄도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과거 유사 사례를 거론하며 복수국적 규율을 바로 세우기 위해 법을 바꿀 때마다 일부 내국인 복수국적자의 얌체 행각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전했다.
2005년 원정출산 등으로 이중국적을 갖게 된 이들의 병역의무를 강화한 국적법 개정안(일명 '홍준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그해 국적 이탈 신청자가 2940명에 달했다.
[이재철 기자 /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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