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본 신문·건강정보>/내가 읽은 신문♠기사

[학교폭력 끝날 때까지]“저기요 저기요” 자살 직전 20층에 매달려…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2. 4. 18. 11:31
728x90

 

[학교폭력 끝날 때까지]“저기요 저기요” 자살 직전 20층에 매달려…

20층 창틀 매달려 “저기요, 저기요” 하다 추락
여대생 목격자 증언… 학교는 “폭력서클 몰랐다”
동아일보 | 입력 2012.04.18 03:21 | 수정 2012.04.18 11:23

[동아일보]

경북 영주에서 투신한 이모 군(14)이 자살을 결심하고 투신하려다 마지막 순간 마음을 바꿔 살기 위해 몸부림쳤으나 끝내 추락했다는 목격자 진술이 나왔다. 이 군이 아파트 20층 계단에 있는 창문을 열고 뛰어내리려는 순간 외출하려고 20층 집에서 나서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여대생 김모 씨(20)는 17일 경찰에서 "16일 오전 9시 반경 외출하려다가 계단 창문 쪽에서 '저기요, 저기요'라는 소리가 들려 가보니 이 군이 창문틀을 붙잡고 있었다"며 "도움을 청하기 위해 집에 있던 사촌 오빠를 부르러 간 사이 학생이 추락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 군이 자살하려고 창문을 넘었지만 마지막 순간 마음이 바뀌어 살려고 하다 팔 힘이 빠져 결국 추락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군은 창문 앞에 유서가 들어있던 가방과 휴대전화를 놓아둔 상태였다.





친구가 떠난 자리에 남겨진 조화(弔花)를 보며 급우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동급생에게 괴롭힘을 당해 16일 투신한 경북 영주 지역 중학생 이모 군의 교실 책상 위에 국화꽃이 올려져 있다. 영주=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채널A 영상]이 군, 마지막 순간 창틀 붙잡고 "도와달라"








○ 가해학생 더 있나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북 영주경찰서는 피해학생 이 군이 유서에 밝힌 폭력서클이 교내에서 활동한 사실을 확인하고 서클 단원들이 폭력을 휘두르거나 금품을 빼앗은 행위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이 군의 휴대전화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투신하기 전인 오전 8시 50분경 J 군에게 '너 내 장례식장에 오면 죽일 거야 꼭'이라고 보낸 마지막 문자메시지를 확인했다.

가해학생 J 군(14) 이외에도 또 다른 학생이 숨진 이 군을 괴롭히는 데 가담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J 군은 지난달 8일 자신의 미니홈피에 "이○○를 괴롭히는데 ○○이가 웃으면서 도와줌"이라는 글을 올렸다. 또 "2분단에 맨 뒷자리 6명 진심 재미있어 함"이라고 올렸다. 또 다른 친구가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린 글에는 "1학년 때 이 군을 괴롭히다가 이 군의 형이 '그러지 말라'고 해서 그만뒀다"는 내용도 있다.


○ 학교만 모르는 폭력서클


학생들은 괴롭힘 때문에 매일매일 고통을 겪고 있는데도 학교는 폭력서클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모를 정도로 이 학교의 폭력 예방시스템은 무용지물이었다. 17일 오전 Y중학교를 찾은 취재팀이 '○○(가해학생의 이름)패밀리'를 아느냐고 묻자 학생들은 즉각 "네"라고 답했다. 단원 10명의 이름도 금방 나왔다. 가해학생을 '짱'이라고 말한 K 군(14)은 "○○이가 마치 왕이나 황제처럼 군림했다. '짐(朕)의 말이 법이다'라는 말도 자주 했다"고 전했다.

폭력서클에 대해 상당수 학생이 알고 있지만 학교 측은 이날까지도 "폭력서클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주장했다. 가해학생 J 군은 1학년 때 학교폭력으로 4차례 반성문을 썼지만 학교 측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김모 교장은 "피해를 당하면 '교사에게 신고하라'고 공지했지만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했다.

J 군은 경찰조사에서 "이 군이 괴로워하는 반응을 보이면 재미있었다. 그저 모든 게 장난이었을 뿐"이라고 할 정도로 자신이 폭력을 쓰고 있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강용택 영주경찰서 수사과장은 "J 군은 조사 내내 반성한다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고 했다.

장례식이 열린 이날 이 군의 아버지(46)는 "큰아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잘 참고 있는 것 같은데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했다. 어머니(42)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채 눈물만 흘렸다. 오후 3시경 이 군의 시신을 실은 운구차가 학교를 들르자 친구들은 두 줄로 서서 이 군의 '마지막 등교'를 함께 슬퍼했다. 이 군의 담임교사(36·여)는 "이 군이 상담을 요청할 만큼 믿음을 주지 못했던 같아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이 군은 이날 오후 5시 50분경 영주화장장에서 한 줌의 재로 이 세상과 고별했다.

영주=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노인호 기자 inho@donga.com  

[주요 뉴스]
[학교폭력 끝날 때까지]'장난'도 반복되면 죽음 부른다
[화보] 中 남성, 다리 위에서 발가벗은 채 자살 소동
[동영상] 13층 건물 옥상 난간에 매달린 자살 시도자 구출
[동영상] 대전 여고생 자살 직전 엘리베이터 CCTV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