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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마을·정론관·찢어진 청바지' 박근혜 '파격행보'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2. 8. 22.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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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마을·정론관·찢어진 청바지' 박근혜 '파격행보'

머니투데이 | 김익태|변휘 기자 | 입력 2012.08.22 18:25 | 수정 2012.08.22 19:31

[머니투데이 김익태기자]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연일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후보로 지목 된 다음날인 지난 21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데 이어 22일에는 김영삼(YS) 전 대통령과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를 예방했다.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YS·DJ, 자신과 노 전 대통령과의 '악연'을 감안하면 박 대표로는 결코 간단치 않은 결단이다. 모두 박 후보가 주장하는 '국민대통합'의 일환이다.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박근혜 후보가 21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에서 헌화하고 있다.

특히 노 전 대통령 참배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민주통합당에서조차 허를 찔렸다는 얘기가 나왔다. 노 전 대통령과의 관계가 좋지 않았던 탓이다. 2005년 노 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을 당시 박 대표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장시간의 청와대 영수회담에서도 격렬하게 대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1월 노 전 대통령의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 요구에는 "참 나쁜 대통령"이라는 어록을 남겼다.

박 후보는 이와 관련 "국민통합이라는 것을 염두 해두고 있었기 때문에 각 시대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계신 역대 대통령 묘역 참배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 생각했고, 상징성도 크다"며 "그날 봉하마을까지 가야 된다는 생각을 미리 했었고, 참배가 국민통합의 단초가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2일 오전 서울 상도동 김영삼 전 대통령 자택을 예방, 김영삼 전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YS를 찾은 것도 의미심장하다. YS는 1979년 9월 헌정사상 최초로 국회의원직에서 제명되는 등 박 전 대통령 집권시절 내내 정권과 긴장관계를 이어 왔다. 또 최근까지 박 후보의 경선 경쟁 상대였던 김문수 후보를 만난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나를 국회의원에서 제명 안했으면 죽지 않았을 것"이라며 원색적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DJ 역시 박 전 대통령 집권 당시 최대 정적으로 끊임없는 정권의 탄압을 받으며 수차례 목숨을 위협받기도 했다. 다만 DJ는 지난 2004년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후보가 동교동을 예방해 사과를 건네자 "현직 정치인 중에서 동서화합을 이룰 최적임자는 박 대표"라고 격려를 보내는 등 말년에 화해를 이뤘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이희호 여사를 예방, 환담을 나누고 있다.

결국 박 후보의 '참배·예방' 정치는 아버지와 자신이 상징하는 '산업화세력'과 YS·DJ가 상징하는 '민주화세력'의 화해는 물론, 현재 야권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친노(친노무현)세력까지 끌어안겠다는 제스처로 해석됐다.

파격적 행보는 국회에서도 이어졌다. YS를 예방한 박 후보는 오전 11시 20분쯤 국회 기자실인 정론관을 찾았다. 평소 기자들과의 접촉이 별로 없었던 만큼 이날 방문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동안 쌓인 '불통'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한 행보로 받아들여졌다.

박 후보는 각 언론사 부스를 찾아다니며 "마음으로는 늘 찾아뵙고 싶은데 참 시간이 안 난다"고 말하며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환담을 나눴다. 일부 기자들은 자서전을 들고 와 사인을 받았고, 사진을 함께 찍는 장면도 연출됐다. 박 후보는 자신에게 우호적 매체 뿐 아니라 비판적인 언론사 기자들과도 먼저 악수를 청하며 "기사를 잘 써달라"고 말했고, 기자들은 대선 후보 선출을 축하하는 덕담을 건넸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론관을 방문해 출입기자들과 인사를 나눈 후 기자실을 나오고 있다.

표정과 화법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뒤이어 이어진 출입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박 후보는 복지, 남북문제, 경제민주화 등 각종 현안에 자신 있게 답하는 등 한층 여유가 넘쳐보였다. 한 측근은 "경선 막바지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후보로 선출된 뒤 얼굴이 많이 밝아졌다"고 전했다.

농담 섞인 말이었지만, 박 후보는 이날 '젊은 층과 소통의 한 방법으로 찢어진 청바지를 입을 수 있냐'는 질문에 "국민행복을 위해서라면 찢어진 청바지를 얼마든지 입을 수 있다. 그런데 국민행복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스캔들이 될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그런 변화는 별 것 아니다"며 변화와 소통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박근혜 경선 캠프가 내건 구호는 '박근혜가 바꾸네'였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박근혜가 만들어가겠다는 거였다.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결정되기까지는 지금으로부터 약 한달. 한 측근은 이 기간 동안 "'박근혜가 바꾸네'뿐 아니라 '박근혜가 바뀌네'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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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익태기자 epp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