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풍東風'을 가리키는 말로는 '샛바람, 동부새, 강쇠바람, 아랫바람' 등이 있습니다. '샛바람'은 본래 뱃사람들이 쓰던 말이고, '동부새'는 농부들이 쓰던 말입니다. '강쇠바람'은 가을의 첫머리에 부는 동풍을 가리키는데, '강소풍强素風'이라고도 합니다. '아랫바람'은 보통 아래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가리키지만, 연을 날릴 때는 동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용감한 우리 수군들은 줄기차게 불어오는 억센 샛바람에 조금도 굽히지 않았다.
<박종화, 임진왜란>
'서풍
西風'을 가리키는 말로는 '하늬바람, 갈바람, 가수알바람, 윗바람' 등이 있습니다. '하늬바람, 갈바람, 가수알바람' 등은 주로 농촌이나 어촌에서 쓰던 말입니다. '윗바람'은 '아랫바람'과 대비되는 말입니다. 위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가리키기도 하고, 연을 날릴 때에는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그리 세지 않은 하늬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에서 가끔 눈가루가 날고 멀리서 찌륵찌륵
꿩 우는 소리가 들려와서 더욱 산중의 고적을 실감할 수 있었다.
<선우휘, 사도행전>
'남풍
南風'을 가리키는 말로는 '마파람'이 있습니다. 뱃사람들이 주로 쓰던 말입니다. '마파람'은 '앞바람'이라고도 합니다. '앞'이 '남쪽'을 가리키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북에서 펴낸 <조선말 대사전>의 '앞' 항목에는 '남쪽의 방향'이라는 뜻 갈래를 따로 두었습니다. 참고로 '앞바람'은 배가 가는 반대쪽으로 부는 바람, 즉 역풍
逆風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내 고향 덕도의 갯벌 밭에는 낙지가 많이 잡혔는데, …… 아낙네들이 갯벌에서구멍을 쑤셔
잡아 온 것을 갯바구니에서 꺼내 가지고 바닷물에 헹구어 소금기 밴 마파람 맞으며
연안의 돌자갈 밭에 앉아 먹어야 제맛이 난다고 했다.
<한승원, 낙지 같은 여자>
'북풍北風'은 앞바람과 짝을 이루어 '뒤바람'으로 불립니다. 뒤쪽, 즉 북쪽에서 우는 것 같다 하여 '뒤울이'라고도 하지요. '북풍'은 바람이 강하고 찬 것이 특징입니다. 그래서 매섭게 불어온다는 뜻에서 '된바람, 덴바람, 댑바람, 높바람, 북새바람北塞--' 등으로도 불립니다. '삭풍朔風'이라는 한자어도 널리 쓰입니다. 삭풍은 겨울철에 북쪽에서 불어오는 몹시 찬 바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난리가 났다는 소문은 점심 나절까지 읍내 안통을 휘돌아 남쪽 마을로는 된바람이 되어
퍼지고, …… 서쪽 마을로는 샛바람이 되어 퍼져 나갔다.
<조정래, 태백산백>
북국의 겨울은 일러 삭풍이 불고 눈도 휘날렸다.
<한무숙, 만남>
위에서 소개한 말들은 서로 뭉쳐서 바람의 방향을 좀 더 세분하여 나타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된새바람, 높새바람'은 북풍을 뜻하는 '된바람, 높바람'과 동풍을 뜻하는 '샛바람'이 합쳐진 말입니다. 따라서 북쪽으로 치우친 샛바람, 즉 '북동풍北東風'을 달리 이르는 말임을 알 수 있습니다. 같은 원리로 '된하늬바람, 높하늬바람'은 '북서풍北西風'을 가리키는 말인 것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된마파람, 샛마파람'은 '남동풍南東風'을 가리키고, '갈마바람, 늦하늬바람'은 '남서풍南西風'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안마파람'은 '동남동풍東南東風'을 가리키고, '두샛바람'은 '동동남풍東東南風'을 가리키는 말이라는 것도 함께 알아 두면 좋겠네요.
끝으로 일정한 방향도 없이 마구 휘몰아쳐 부는 사나운 바람은 '미친바람'이라고 합니다. 사람의 일도 그러하고 자연 현상도 일관되지 않으면 좋은 말을 들을 수 없기는 매한가지인가 봅니다.
이번에는 안개섬 쪽에서 천둥이 울었다. 파도는 더욱 사나워졌고,
미친바람이 빗줄기와 함께 내리쳤다.
<한승원, 포구>
이번에는 풍향에 따라 다양한 바람의 이름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정말 바람의 이름이 다양하지요? 다음 주에는 마지막으로 바람이 부는 자리에 따라 그 이름이 어떻게 불리는지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