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에서는 '들바람'이, 벌판에서는 '벌바람'이 붑니다. 산에서는 바람이 부는 시간과 방향에 따라 바람의 이름이 달라집니다. 밤에는 산 위에서 아래로 '산바람'이 불고, 낮에는 골짜기에서 산등성이로 '골바람'이 불지요. '산골바람'은 이 둘을 합쳐 이르는 말입니다.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그저 산에서 부는 바람을 가리킬 때는 '묏바람'이라 해도 좋습니다. '냇바람'과 '재넘이'는 산마루에서 내리 부는 바람이라는 뜻이므로 '산바람'과 비슷한 말로 볼 수 있습니다. '삼림풍森林風'은 맑게 갠 밤에 숲에서 들로 부는 산들바람이랍니다.
웅보는 여전히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고 봄날의 들바람처럼 들먹거렸다.
<문순태, 타오르는 강>
여름철 야영지로는 아무래도 바닷가보다는 높은 산이 좋다. 끈적끈적한 바닷가 습기보다는 비록 모기들이
기승을 부릴지라도 서늘한 산바람이 한결 좋았다.
<김선미, 아이들은 길 위에서 자란다>
현태와 윤구에 비겨 두 잔에 한 잔 푼수도 못되게 마신 술이건만 홧홧 달아오르는 귓전을
선선한 재넘이에 기분 좋게 스치면서 동호는 숙이의 모습을 어떤 하나의 열매로서 떠올리고 있었다.
<황순원, 나무들 비탈에 서다>
골바람은 지날 적마다 알몸을 두른 치맛자락을 공중으로 날린다. <김유정, 소낙비>
바다나 강처럼 물 위에서 부는 바람을 '물바람'이라 합니다. 물바람 중에서 '강바람'은 강물 위에서나 강가에서 부는 바람이고, '강골바람'은 강물이 흐르는 골짜기에서 부는 바람입니다. 바다에서는 '바닷바람'이 불어오는데, 소금기를 품었다 해서 '짠바람'이라고도 하고, 갯가에서 분다 해서 '갯바람'이라고도 하고, 바다에서 뭍으로 들어온다 해서 '들바람'이라고도 합니다. 밤이 되면 바람이 뭍에서 바다 쪽으로 향하는데 이를 가리켜 '뭍바람'이라 합니다.
분명 집이 울고 있었다. 물결 소리 같기도 하고 파도치는 소리이기도 했다. 물바람 소리가
섞여 있는가 하면 물새 울음소리도 어우러져 있는 듯했다.
<이문구, 해벽>
웅보는 한동안 영산강을 훑고 온 달콤한 강바람에 취해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어둠 속에
서 있었다.
<문순태, 타오르는 강>
어떤 때에는 강골바람으로 빙판에 덮였던 눈이 산봉우리로 불리게 된다. <최서해, 홍염>
소금기가 짙은 바닷바람은 아직 차가운 편이었다. <유주현, 대한 제국>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오는 건건찝찔한 갯바람이 버스를 훨씬 앞질러 그에게 당도했다.
<윤흥길, 묵시의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