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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만원짜리 휴대폰 사면 100만원 드려요"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3. 2. 8.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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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만원짜리 휴대폰 사면 100만원 드려요"

"99만원짜리 휴대폰 사면 100만원 드려요" 바퀴벌레는 없애도, 휴대폰 보조금은 못없앤다는데… 원인과 실태 긴급 진단 성장 못하는 시장포화 상태… 통신3사 마케팅비 8兆 투하 남의 고객 뺏어오기에 혈안 통신사들 보조금 퍼주면서 2년 6만2000원 요금제 강요 조선비즈 | 박순찬 기자 | 입력 2013.02.08 03:07 | 수정 2013.02.08 07:39

 

"휴대전화 보조금바퀴벌레나 마찬가지예요." 한 통신업계 관계자가 던진 말이다. 생명력이 끈질긴 바퀴벌레처럼 보조금도 결코 없어지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정부 과징금과 영업정지 처벌에도 통신업계에 보조금 경쟁이 사라지지 않는 것을 보면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최근엔 정가 99만원짜리 스마트폰을 팔면 100만원을 지급한다는 통신사까지 나왔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휴대전화 보조금은 통신사와 휴대전화 제조사가 가입자 유치를 위해 지급하는 일종의 판촉비용이다. 소비자들은 최신 휴대폰을 싸게 살 수 있어 좋을 것 같은데 왜 정부가 단속하고, 통신사들끼리도 보조금 싸움이 끊이지 않는 것일까.

◇휴대전화 보조금 뒤엔 비싼 요금제

휴대전화 보조금은 비싼 단말기 가격에서 시작된다. 최신 스마트폰은 보통 80만~100만원쯤 한다. 냉장고나 세탁기 한 대 값이다. 통신사는 휴대폰을 쉽게 살 수 있게 수십만원의 보조금을 주고, 24개월 장기할부까지 해준다. 가격 체감도를 낮춰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통신사는 그 대신 비싼 요금제를 2년 이상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약정 조건으로 소비자의 발목을 잡는다. 휴대전화 보조금을 최대한 받으려면 월 6만2000원 이상 요금제에 들어야 한다. 이 요금제는 통화시간 350분 이상, 무선 데이터 5기가바이트(GB) 이상을 제공한다. 통신사 가입자 대부분은 기본 제공량의 절반도 쓰지 못한다. 휴대전화를 싸게 파는 대신 비싼 요금제로 본전을 뽑는 것이다.

이런 장삿속에 가계 통신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가구당 통신비는 월 15만5300원에 달한다. 가계 총지출의 6.3%를 차지한다. 게다가 최근 3년간 계속 오름세를 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며, 통신요금과 스마트폰 가격 인하를 공약으로 내걸 정도다.

보조금을 통해 고가(高價) 요금제 가입자를 늘리면 이는 곧 고수익으로 직결된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요금이 비싼 LTE(4세대 이동통신) 가입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가입자 1인당 평균매출(ARPU)도 최근 일제히 3만원을 넘어섰다.

휴대전화 제조사들도 이득을 본다. 통신 3사가 100만원에 육박하는 보조금까지 줘가며, 값비싼 최신 제품을 팔아주기 때문이다. 제조사들은 작년 스마트폰 판매 호조로 일제히 높은 영업이익을 거뒀다.

◇상대방 가입자 끌어오기 과열경쟁

보조금 혜택이 주로 일부 '체리피커(cherry picker)'들에게만 돌아간다는 점도 문제다. 체리피커란 상품이나 서비스의 허점을 노려 실속을 차리는 소비자를 말한다. 정부는 보조금 상한선을 27만원으로 묶어두고 있다. 그런데도 인터넷 카페 등에는 50만원이 넘는 파격적인 보조금을 준다는 안내가 수시로 떴다가 사라진다.

이런 정보를 알려면 귀찮더라도 수시로 휴대폰 관련 사이트를 들락거려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시내 대리점에 나갔다가는 바가지를 쓰기 딱 좋기 때문이다. 보조금에도 '디지털 정보격차(Digital Divide)'가 존재하는 셈이다.

멀쩡한 전화기를 2년마다 계속 바꿔야만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통신사들은 장기 우량고객을 키우는 데 집중하지 않고, 남의 통신사 고객을 뺏어오는 데만 주력하고 있다. 통신사들은 작년 8조원에 육박하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마케팅비를 썼다.

작년 영업이익보다 적게는 2배(KT·1조746억원)에서 많게는 14배(LG유플러스·1268억원)까지 높다. 이동통신 가입자가 인구 대비 106%로 포화상태인 상황에서, 서로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은 "보조금 싸움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알지만 누가 먼저 나서면 고객을 잃지 않기 위해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보조금 대신 서비스 경쟁으로 시장을 선순환 시키는 시도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휴대전화 보조금

통신사나 제조사가 휴대전화 판매 및 가입자 유치를 위해 지급하는 비용. 방송통신위원회는 가입자 간 차별과 과도한 보조금 지출을 막기 위해 27만원을 상한선으로 정했다. 이를 넘어서면 과징금이나 영업정지 등 제재를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