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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공설묘지… 혐오시설서 '자연葬 공원'으로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3. 2. 2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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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공설묘지… 혐오시설서 '자연葬 공원'으로

전국 곳곳서 해체작업 나서… 화장률 74%, 자연장 수요 급증
인천·전주·제주 등 지자체서 공설묘지 허물고 자연장 조성
"공원으로 바뀌니 다들 좋아해… 산책하러 오는 주민도 많아져"
조선일보 | 김민철 기자 | 입력 2013.02.28 03:15 | 수정 2013.02.28 05:19

 

 

 

변리사 김함곤씨(50)는 지난해 5월 집안 6대조부터 아버지까지 20기의 묘를 개장(改葬)해 화장(火葬)한 다음 한곳으로 모아 자연장으로 모셨다. 전남 순천과 광양 일대에 흩어져 있던 묘들을 순천 조부모 묘소 자리에 모은 것이다.

김씨는 "우리 세대까지는 묘를 관리하지만 다음 세대부터는 누가 벌초나 하겠느냐"며 "내 세대에 한곳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고, 선친께서도 생전에 한군데로 합치기를 원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친척들과 한식이 들어 있는 주 토요일에 한꺼번에 제(祭)를 올리기로 했다"며 "집안 어른들도 깔끔해졌다고 만족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 [조선일보]

↑ [조선일보]경기도 광주시 중대공원 자연장지. 이곳은 2009년까지 묘지가 있던 자리였는데, 2010년 공원화하면서 일부를 자연장지로 만들었다. /안지호 인턴기자

우리나라 장묘(葬墓) 문화가 매장에서 화장으로 급속히 바뀌면서 기존 묘를 개장해 수목장, 잔디장 등 자연장으로 모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국 공설묘지 숫자와 면적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공설묘지 숫자는 지난 2008년 347개를 정점으로 점차 줄기 시작해 2011년 308개로 감소했다. 정부는 공설묘지 신규 설치를 제한하고, 기존 묘지를 재개발해 자연장지 또는 공원화하는 것을 유도했다. 복지부는 올해 화장률이 74.2%에 이를 정도로 보편화됐고 자연장지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지방자치단체가 공설묘지를 재개발할 경우 일부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27일 경기도 광주시 중대공원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자 3084㎡ 규모의 자연장지가 나왔다. 4~5개 층으로 나누어져 있고, 고르게 잔디를 심어 놓은 곳에 635기가 자연장으로 안장돼 있다. 이곳은 2009년까지 묘지가 있던 자리였다. 광주시는 국비 5억원 등 66억원을 들여 기존 공설묘지에 있는 묘 1801기를 개장하고 2010년 공원화하면서 일부를 자연장지로 만들었다.

대한노인회 광주시지회 김희옥 취업센터장(42)은 "전에는 이곳이 공설묘지여서 혐오시설이었지만, 공원과 자연장지로 바뀌면서 인근 주민들도 좋아한다"며 "요즘에는 강아지를 데리고 주변에 산책 오는 분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인천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도 지난해 전체 묘의 5% 정도인 2566기를 개장해 4084㎡를 자연장지로 조성했다. 현재 2단계 사업을 진행 중인데, 2015년까지 전체 묘의 10% 정도인 4842기의 묘를 추가로 개장해 공원화할 예정이다.

제주 어승생한울누리공원은 2009년 4월부터 무연고 묘지들을 개장하기 시작해 지난해 4월 3만4117㎡ 규모의 부지에 1만5678기를 수용할 수 있는 자연장지를 조성했다.

전주 효자공원묘지도 자연장지를 늘리기 위해 봉분 개장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연고 있는 묘 824기를 개장하는 등 지난 3년 동안 전체 묘의 12%인 1290기를 개장했다. 전주시는 올 하반기에도 무연고 묘지 전수조사를 거쳐 내년에 개장한 다음 점차 공원화 구역을 넓혀나갈 예정이다.

강동구 생사의례문화연구원장은 "화장률이 급증하고 있는 데다, 매장 수요도 줄어드는 추세여서 묘지는 점차 사라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자연장(自然葬)

화장한 유골의 골분(骨粉)을 나무·화초·잔디 등의 밑이나 주변에 묻어 장사 지내는 장례 방식. 나무 주변에 묻는 것을 수목장(樹木葬), 잔디 밑에 묻는 것을 잔디장, 화초 아래 묻는 것을 화초장이라 부른다. 근래 자연장이 매장이나 납골당을 대체하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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