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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초·중·고, 학부모 직업·직장 조사 여전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3. 3. 20.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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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초·중·고, 학부모 직업·직장 조사 여전

위화감 방지 위해 금지… 일선 학교 안지켜
신입생에 “가정형편 솔직하게 쓰라” 요구도
세계일보 | 입력 2013.03.20 01:50 | 수정 2013.03.20 02:09

 

[세계일보]올해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에 둘째를 입학시킨 이모(40·여)씨는 얼마 전 학교에서 보낸 '학생상담기초자료조사서'(가정환경조사서)를 보고 마음이 불편했다. 대기업에 다니던 남편이 최근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물색 중인데 서류에 학부모의 직업과 직장을 적는 칸이 있었다. 이씨는 "사실과 다르거나 대충 쓰기도 뭐하고 난감했다"며 "6학년인 첫 아이 입학 때보다는 나아졌지만 왜 (학교에서) 부모 직업과 직장을 여전히 알고 싶어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교육당국이 학생들 간의 위화감 조성 방지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부모 직업과 직장, 재산 등 학부모 신상정보 수집을 금지하고 있지만 일선 학교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19일 교육과학기술부와 각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교육당국은 지난해부터 학부모 생활수준과 월수입, 재산, 직업, 직장(직위), 종교, 학력 등 신상 정보 수집을 금지시키고 있다. 과거 이런 정보수집이 학생은 물론 학부모들 사이에 위화감을 조장한다는 지적과 함께 2011년 9월 시행된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것이다.





서울의 한 고교에서 최근 신입생에게 작성하게 한 자기소개서. 학부모의 학력과 직업, 직장명·직위(직책)는 물론 집안의 경제적 형편이 어떤지 구체적으로 솔직하게 적으라고 되어 있다.

교과부가 지난해 1월 배포한 '개인정보 업무처리 사례집'에도 "학생의 교육적 목적을 위한 보호자의 개인정보 수집 범위에 직업, 직장, 월수입, 재산(부동산), 학력 등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학교 측의 개인정보 보호 불감증과 학생보다 교사 편의를 먼저 생각하는 발상이 이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대부분 초·중·고교에서 신학기 초가 되면 학생들의 학습·생활지도에 참고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학부모 이름과 생년월일, 이메일 등 연락처, 집 주소 외에 직업과 직장, 재산 정도 같은 신상정보를 묻는 관행이 여전한 것이다. 실제 서울의 한 고교는 "가난은 조금 불편한 것일 뿐 부끄러운 일도 불행한 일도 아니다"라며 신입생들에게 가정형편을 '솔직하게' 쓰라고 했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고유경 상담실장은 "필요하다면 담임 교사가 학생 개별 면담 시 자연스럽게 물어보면 되는데 학교나 교사가 행정편의주의적으로 일하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서울시교육청 한 관계자는 "담임 교사가 교육목적상 필요한 보호자 정보라고 해도 공통된 서식으로 일괄 수집을 못하도록 지침을 내렸는데 일선 학교에서 써오던 서식을 이용하다 보니 생긴 문제인 것 같다"며 "교육을 강화해 바로잡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교과부도 문제점이 파악되면 개선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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