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리고개에 담긴 광산촌 애환… 봄 맞은 통리 5일장의 활기태백 통리 추억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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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리고개에 담긴 광산촌 애환… 봄 맞은 통리 5일장의 활기태백 통리 추억여행 화차 끌어 올리던 밧줄 ‘인클라인’ 흔적 남아 통리역 폐쇄 앞두고 5일장은 손님으로 북적

 

 

▲ 통리역 전경

인클라인 (강삭철도)

태백 통리는 우리나라의 근현대 산업화와 탄광촌 문화유산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흔치 않는 유적지로 꼽힌다.

그 이유는 이렇다. 인클라인 철도(Incline Railway), 풀어쓰면 흔히 강삭철도(鋼索鐵道·Cable Railway)로 불린다. 강삭철도는 레일 위에 설치된 차량을 밧줄로 견인하여 화물을 운반하는 철도를 의미한다.

1940년 8월 일제강점기 시절 석탄반출을 위해 건설된 태백 철암~동해 묵호간(143.5㎞) 영동선 산업철도는 영동과 영서를 연결하는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다. 하지만 영동선 구간 중 통리(해발680m)~삼척도계 심포리역(해발471m) 사이 1.1㎞ 거리는 높은 해발고도와 경사면으로 인해 철도를 연결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 구간은 철길과 38호선 국도가 뚫린 지난 1963년 5월까지 인클라인 철도를 통해 화물과 석탄을 옮긴 뒤 다시 열차를 갈아타는 번거로운 여정을 감당해야 했다. 이 구간 인클라인철도는 반세기전 국내에서 유일하게 운행된 곳이기에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당시 통리재는 비탈길을 30여분간 오고가는 열차승객으로 북적였다. 한겨울 눈보라가 날리는 통리재를 어린아이와 짐까지 가득 들고 이동하던 열차승객들은 “보릿고개 넘기보다 통리 고개 넘기가 더 힘들다”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통리재는 뒤늦게 자동차길이 확포장됐지만 여전히 ‘통리협곡’으로 불리고 있으니 그동안 얼마나 많은 광산촌의 애환이 담긴 ‘마의구간’이었는지 짐작된다.  

▲ 강삭철도(鋼索鐵道·Cable Railway)

인클라인의 추억은 현재 연령상 60대 이상이라면 아련하게 떠오른다. 현재도 통리역 인근 철도부지에는 인클라인을 끌고 당기던 권양기 설치흔적과 인클라인 노선길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귀중한 산업유산인 인클라인의 역사는 점차 무관심 속에 방치돼 훼손되고 있다.

게다가 통리역은 오는 6월 영동선 동백산~도계역을 관통하는 솔안터털 개통으로 스위치백 구간인 심포리역, 흥전역, 나한정역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다행히 강원랜드에서 추진하는 스위치백리조트 사업이 시행될 예정이어서 우리나라 근현대 산업화를 상징하는 역사(驛舍) 보존이 어떻게 추진될지 관심사다.

54년째 통리역을 맞닿고 생활하고 있는 전인길(86) 할머니는 “인클라인 구간에서 화물을 옮겨주던 남편을 따라 통리에 정착했는데 평생 떠나지 못하고 있다”며 “인클라인 운행 당시 열차승객의 짐을 날라주는 지게상과 대한통운 근무자만 1000여명이 달할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 태백 통리 5일장

통리5일장

통리하면 5일장을 빼놓을 수 없다.

매달 5, 15, 25일 열리는 통리 5일장은 사람사는 정겨운 냄새가 난다. 1998년 12월 개설된 이후 태백시민뿐 만 아니라 인근 삼척 도계, 경북 봉화, 정선 사북·고한 주민들의 발길도 흔히 볼 수 있다. 이들은 영동선 철도를 타고 통리역에 내려 그들만의 쇼핑(?)을 즐긴다. 통리역과의 거리는 도보로 5분거리에 불과하다.

마치 인클라인 운행 당시 시작점이자 종착점인 통리역 일대는 여전히 지형학적 위치 덕분에 5일장 역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경동탄광 아파트사택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통리 5일장은 싱싱한 농산물과 각종 먹거리, 값싼 수제화품과 공산품 등이 총망라됐다. 소머리국밥집은 허기를 채우기 위한 손님으로 북적인다.

선거 시기에는 후보자들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유세지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통리장의 ‘목’을 선점하기 위한 후보자들의 경쟁도 치열할 정도다.

태백 관광객이라면 통리 5일장에 맞춰 방문하는 것도 좋은 여행팁이라고 할 수 있다. 안타깝게 오는 6월 철도노선 개편으로 통리역이 사라지면 5일장 역시 어떤 운명에 처할지 모를 상황이다. 태백/박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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