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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씨
조태일
풀씨가 날아다니다 멈추는 곳
그곳이 나의 고향,
그곳에 묻히리.
햇볕 하염없이 뛰노는 언덕배기면 어떻고
소나기 쏜살같이 꽂히는 시냇가면 어떠리.
온갖 짐승 제멋에 뛰노는 산속이면 어떻고
노오란 미꾸라지 꾸물대느 진흙밭이면 어떠리.
풀씨가 날아다니다가
멈출 곳 없어 언제까지나 떠다니는 길목,
그곳이면 어떠리.
그곳이 나의 고향,
그곳에 묻히리.
― 시집『풀꽃은 꺾이지 않는다』(창작과비평사,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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