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내가 훔치고 싶은 ♠ 시

강 / 황인숙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3. 7. 23. 18:00
728x90

 

 

황인숙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나한테 토로하지 말라
심장의 벌레에 대해 옷장의 나방에 대해
천장의 거미줄에 대해 터지는 복장에 대해
나한테 침도 피도 튀기지 말라
인생의 어깃장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에 대해
빠개질 것 같은 머리에 대해 치사함에 대해
웃겼고, 웃기고, 웃길 몰골에 대해
차라리 강에 가서 말하라
당신이 직접
강에 가서 말하란 말이다


강가에서는 우리
눈도 마주치지 말자

 


*이인성의 소설 제목'미쳐버리고 싶은, 미쳐지지 않는'에서 차용.

 

 

 

―시집『자명한 산책』문학과지성사.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