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joy Mountain|전철로 가는 근교산] 인왕산 338m

경복궁을 발아래로 볼 수 있는 바위산 월간마운틴 | 글 • 사진 최두열 전철산행전문가 | 입력 2013.03.28 15:33 | 수정 2013.03.28 15:35

 

선화후엽(先花後葉)의 목련이 창밖에서 화사한 꽃을 땅에 다 버릴 때쯤, 옆에 있는 산수유나무의 푸른 잎이 더욱 짙어가는 호시절이다. 때 맞춰 내리는 봄비가 그치면, 이 땅의 초목은 더욱 생기를 띠며 역동적인 봄을 향유할 것이다. 초목도 그러할진대 감정 있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이 어찌 요동치지 않겠는가?


마침 조간지에 실린 구례의 산수유가 눈을 가득 채우며 도시인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목련과 산수유가 시들 때쯤 또 진달래와 벚꽃이 방방곡곡을 채색하며 우리들의 눈과 마음을 흔들 것이다. 축복 받은 계절의 어느 날, 29세의 핀란드 총각인 Matias Traisk씨가 직장에 휴가를 쓰고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에 왔다. 서울에서 공부하는 친구를 만나러 왔는데, 꼭 가봐야 할 곳이라는 추천을 받고 서울성곽을 구경하기 위해 인왕산을 오른다. K-pop때문에 한국이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는 그는 초행길의 한국에서 인왕산의 서울성곽까지 찾아다니며 한국을 즐긴다.

↑ 예사롭지 않은 모습의 선바위에는 무릎 꿇고 소원을 비는 이들이 많다.

인왕산(338m)은 경복궁의 서쪽에 있는 바위덩어리 산으로 산행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이성계의 한양 천도 이후 정치적ㆍ군사적으로 중요한 위치가 되어 영광과 질곡의 현장을 내려다보며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산이기도 하다. 조선 후기의 화가 겸재 정선이 그린 <인왕제색도>가 유명하며 인왕산 치마바위의 애틋한 전설이 흐르고 있기도 하다. 동쪽 아래 사직단 서쪽에는 선바위가 있으며 북쪽의 석파정 등 곳곳에 볼거리가 많은 산이다.

인왕산은 남쪽을 바라보는 경복궁의 좌청룡과 우백호 중에서 우백호에 해당하는 산이다. 북악산과의 사이에 있는 창의문을 경유하여 두 산을 종주할 수도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남산의 성곽까지 연결되는 서울 성곽길의 한 토막이기도 하다.전체가 하나의 암괴인 인왕산은 사직공원, 홍제동, 청운동 등지에서 오를 수 있다. .

↑ 구불구불 이어지는 산성의 모습. 산성의 아래는 청운동이다.


경복궁역~사직단~선바위~인왕천 약수터~정상~기차바위 갈림길~서시정~통인시장~경복궁역… 약 5km


경복궁역 1번 출구를 나와 5분 정도 곧장 가면 사직동주민센터 옆에 있는 고색창연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사직단(社稷壇) 정문이다. 한자로 사(社)는 토지의 신이고 직(稷)은 곡식의 신이라는 뜻이다. 사직단 문 앞을 통과하여 우측으로 빙 돌아 단군성전을 지나 인왕산에 오를 수도 있다. 사직단을 구경하고 옆에 있는 사직공원 안에 들어가면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의 동상이 나란히 서있는 게 보인다. 율곡 이이 동상 옆에 있는 단군로 계단을 올라가면 단군성전 안으로 갈 수 있다.

몇 십 미터 안 되는 계단인데도 단군로라는 길 이름을 붙여놓았다. 문이 열려진 성전에 커다란 단군의 영정이 보이는데, 옷깃을 여미고 엄숙함을 유지해달라는 문구가 보인다.

단군성전을 나와 완경사의 인왕산 길로 접어들면 옛날에 이곳에 등과정이 있었다는 안내석이 보인다. 화살을 쏘는 이곳에서 무인들을 선발했다고 전한다. 지금도 활을 쏘고 근처에 운동시설과 배드민턴 연습장도 있다.

곧 왼쪽의 독립문공원에서 오는 길과 만나는데 우측은 창의문 방면이다.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가다가 우측으로 휘어진 길을 내려가면 무악공원이 나타난다. 사직단에서 대략 20여분 거리다. 무악공원 이정표를 지나면 인왕사 일주문을 만난다.

↑ 인왕산 정상의 바위에는 사람 몇 명이 올라갈 수 있다


계단을 올라가며 위를 바라보면 해골처럼 생긴 바위가 보인다. 일주문 안으로 들어가 비탈길에 있는 국사당을 거쳐 선(禪)바위에 닿는다. 바위의 모습이 마치 장삼을 입은 스님처럼 보여 선(禪)바위라고 명명되었다고 한다. 예사롭지 않은 모습의 바위 앞에서 무릎 꿇고 소원을 비는 이들이 많다. 인왕산은 바위로 이루어진 산이다 보니까 갖가지 모양의 바위가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선바위, 치마바위, 얼굴바위 등 셀 수 없을 정도의 멋진 바위가 곳곳에 많이 있다. 근처의 개나리가 눈을 현란하게 하는 봄이다.

선바위를 나와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와 인왕천 약수 쪽으로 갈 수 있는데, 공사 중이라 약수터까지만 올라갈 수 있다. 약수터 위에 있는 성곽은 보수공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인데 5월 말부터 올라갈 수 있다.

철망으로 된 문을 통과하여 우측으로 꺾어지는 완경사의 길을 10분 정도 가면 바위에 '인왕천(仁王泉)'이라고 음각되어 있는 샘터가 나온다. 원래는 '仁旺泉'이라고 써진 것이었는데 어떤 뜻있는 사람이 '旺'자의 '日'자를 지워 '仁王泉'이라고 남아있는 게 의미 있다. 얼핏 봐도 지운 자국이 역력하다.

↑ 원래는 ‘仁旺泉’이라고 썼는데 뜻 있는 어떤 분이 日자를 지워 王자가 되었다.


인왕천은 화강암 바위틈에서 나오는 석간수로, 흘러내려가지 않도록 저수시설을 만들어 수도꼭지를 틀어 받아 마실 수 있다.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철문까지 내려와 조금 더 가면 석굴암 약수터로 가는 길이 나온다.

산 아래 옥인동 주민들이 자주 찾아오는 약수터에는 바위에 벽시계까지 하나 걸려있다. 약수터에서 우측 사면으로 난 산길을 조금 오르면 인왕산의 우람한 바위가 한눈에 들어오는 지점을 지나며 곧 성곽에 닿는다. 성 밖의 북쪽에는 북한산이 넓게 퍼져있는데 마치 인왕산과 북악산을 거느리고 있는 형국이다. 성벽 안으로 난 길을 따라 약 1km 정도 가면 곧 정상에 닿는다. 창의문은 우측 1~2km 아래에 있다. 곳곳에 이정표가 잘 설치되어 있다.

정상부도 보수공사 중이라 주변이 어수선하다. 정상에서는 경복궁이 발아래로 보이고 남산, 관악산 등의 모습도 화창한 날씨 덕에 선명하다. 녹번역 쪽의 백련산도 낮지만 길게 조망되고 길게 흘러가는 한강의 모습도 가물가물하다. 성벽을 따라 옆에 난 등산로를 따라가면 30여분 거리의 창의문을 거쳐 북악산까지도 종주할 수 있다. 다만 북악산을 올라갈 때는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

성곽 보수공사가 끝나면 정상에서 독립문역으로도 오갈 수 있다. 공사를 마치는 5월말까지는 왔던 길을 되돌아 내려가야 한다. 최근에 낮은 산을 이어서 종주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불수도북' 4개산 종주를 하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났다. 하지만 '불수도복'은 약 20시간이 소요되는 만만치 않은 길이라 건각들도 큰 맘 먹고 가는 극기훈련 코스다. 그런 점에서 보면 백련산~안산~인왕산~북악산 등 4개산을 종주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불수도북'보다는 소요시간이 적게 걸린다.

정상에서 되돌아 내려와 산성을 걷다보면 성벽에서 초소를 나갈 수 있는 통로가 있다. 기차바위로 가는 철계단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세검정과 북한산의 모습이 더욱 가깝다. 기차바위로 가는 길의 좌우에는 전망 좋은 쉼터가 많이 있어 절경을 즐기며 일행들과 오붓하게 도시락을 나눠 먹을 수 있다.

기차바위 좌우 아래로는 절벽이지만 쇠줄이 설치되어 있다. 깨끗한 바위를 기차라고 생각하며 가는 잠시 동안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다. 기차바위에서는 바로 앞의 세검정이 잡힐 듯이 보이고, 그 뒤에 있는 바위투성이의 북한산이 시야를 압도한다. 뒤돌아보면 가깝게는 무악재 건너편의 안산이 우람한 바위를 자랑하며 서있고, 그 뒤로는 한강의 물줄기가 햇빛에 반짝거리는 모습도 보인다. 기차바위를 지나 홍제동의 현대아파트 단지로 가면 3호선 홍제역이 가깝다.

↑ 산성을 산행하는 도중 보이는 기차바위의 모습


기차바위 쪽으로 빠지지 않고 성곽을 따라 아래로만 내려가면 앞쪽의 북악산이 조망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북악산으로 올라가는 산성의 왼쪽으로 북한산이 넓게 또 장중하게 펼쳐져 있다. 인왕산과 북악산을 뒤에서 받쳐주는 듯한 풍경은 서울 시내에서 봤던 북한산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성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안으로 들어와 조금만 내려가면 철망 문을 나와 도로에 닿는다. 우측으로 가면 인왕천 방면이다. 내리막길로 흘러가면 시인 윤동주를 기리기 위한 서시정(抒詩亭) 정자가 화려한 색상을 자랑하며 서있다. 서시정에서 앞쪽으로 쭉 내려가면 차도가 나오는데, 그곳에서 우측의 길로 약 30분 정도 곧장 걸어가면 경복궁역에 도착한다.

옆에 있는 정거장에서 1020번 버스를 타도 5분 안에 도착한다. 유서 깊은 지역이다 보니 볼 것이 많은지라 가급적 통인시장 등 이거저것 구경하며 가는 게 더 낫다.ⓜ

 information

사직단(社稷壇)

1395년(세조 4)에 세워진 사직단은 곡식의 신인 직(稷)과 토지의 신인 사(社)에게 제사를 지내기 위한 제단이다. 한양에 도읍을 정한 태조 이성계가 경복궁의 동쪽에 종묘, 서쪽에는 사직단을 설치하였다. 사직단에서는 1년에 4차례의 큰 제사와 기우제 등을 지냈다. 삼국시대부터 사직단이 있었으며, 신라시대에는 선덕왕 4년(783)에 사직단을 세웠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때 제단이었던 곳을 공원으로 만드는 바람에 성역의 일부가 훼손되었다고 한다. 현재의 제단은 훼손을 막기 위해 일반인의 출입을 금하고 있다.

단군성전

우리나라 시조인 단군을 모신 사당으로, 현재 있는 자리는 사직단의 터였는데 일제강점기 때 지은 절이 있었다고 한다. 1968년 사직단을 복구하면서 지금의 단군성전을 지었다. 단군의 영정이 모셔져있으며 삼국 초대 왕들의 신위도 함께 모셔져있다. 매년 3월과 10월에는 단군왕검의 승천을 기념하는 어천절과 단군의 개국을 기념하는 개천절 대제전이 봉행된다.

선바위

인왕산의 서쪽 기슭에 있는 선바위는 두 개의 바위가 마치 스님이 장삼을 입고 있는 것처럼 보여선(禪)바위라고 명명되었다. 이 바위 앞에서 소원을 빌면 소원성취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태조 이성계가 성을 쌓을 때 문신 정도전과 무학대사가 이 바위를 성안으로 포함시키는 문제로 이견을 보였으나, 정도전이 "도성 안에 선바위가 있으면 불교가 성하고 밖에 있으면 유교가 흥한다"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러자 무학대사는 "이제부터 승도들은 선비들의 책 보따리나 지고 따라다니게 되리라"라고 탄식했다고 한다. 서울시 민속자료 제4호다.

토속촌 삼계탕

경복궁역 2번 출구에서 2~3분 거리에 있는데 삼복이면 삼계탕을 먹기 위해 한옥 앞에 길게 줄 지어 있는 모습이 항상 TV뉴스 시간에 나오는 곳이다. 해바라기씨, 호박씨, 잣 등을 넣은 삼계탕을 먹기 위해 외국 관광객들이 가이드북을 들고 찾아오는 모습이 낯설지 않을 정도로 알려진 곳이다. 추가로 주문을 하면 장뇌삼을 넣은 삼계탕을 먹을 수 있다. 02-737-74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