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joy Mountain|전철로 가는 근교산] 안산
역사와 문화로 가득한 '서울 전망대' 월간마운틴 글 ㆍ사진 최두열 전철산행전문가 입력 2013.02.28 11:27 수정 2013.02.28 11:28
전례 없는 혹한이 겨우내 우리들을 웅크리게 한다. 이럴 때 집안에만 있으면 몸과 마음이 더욱 위축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바지런한 사람들은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산으로 향한다. 하지만 겨울 산은 위험이 상존하는 곳이다. 옆에서 누가 조금만 도와준다면 안전한 산행을 담보할 수 있다. 이럴 때 동반자 역할을 누가 하는가? 바로 셰르파들이다.
셰르파는 원래 네팔과 인도의 산간지역에 사는 부족이름이다. 1953년,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이들은 셰르파인 텐징 노르게이와 뉴질랜드의 산악인 에드먼드 힐라리 경으로 알려져 있다. 등반가를 도와 멋진 등반, 안전한 산행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셰르파의 임무다. 네팔에만 있는 줄 알았던 셰르파가 우리나라에도 있다. 바로 블랙야크의 셰르파들이다. 블랙야크 셰르파로 활동하는 권태도 강인철씨가 만년설이 쌓인 네팔이 아닌 한국에서 등산객들의 안전 산행을 돕는다. 서울 안산(295.9m)에 초행인 용인의 장명자씨와 양평의 이혜경씨가 셰르파들을 앞세우고 산행을 한다.
무악재역~봉원사~무악정~서대문독립공원~독립문역… 약 6km
3호선 독립문역 근처에 있는 안산(鞍山 295.9m)은 서울에서 도심을 조망하기 좋은 몇 곳 중에서도 손꼽히는 곳이다. 남산이나 북악산에서도 전망은 좋지만 이곳 안산에서 바라보는 한강의 물줄기와 관악산 능선 또 북쪽의 북한산은 압권이다. 무악재를 사이에 두고 인왕산과 접해있다. 무악재의 모습이 말의 길마, 즉 안장처럼 보여 안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전해진다. 산은 낮고 작지만 남쪽 자락에 한국 태고종 본산인 봉원사가 자리 잡고 있다. 산자락에 서대문독립공원과 독립문 영은문 등이 있어 역사체험을 할 수도 있다. 산의 서쪽에는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이 있다. 독립문역, 무악재역, 홍제역을 산행 들머리로 삼을 수 있다. 정상부의 3m가 넘는 봉수대는 서울 정도 600년을 기념하여 세운 것이다. 봉수대에서는 인왕산이 지척인데 능선을 따라 꿈틀대는 산성이 볼만하다. 이화여대와 연세대 뒷산이라고 보면 된다.
무악재역 3번 출구를 나와 2분만 가면 공인중개사 건물이 나온다. 그 곳에서 우측으로 꺾어진다. 일자로 뻗은 길을 올라가면 새로 설치된 둘레길 표지판이 보인다. 산자락에 길을 내서 노약자들도 걷기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배려했다.
약간 경사진 길을 따라가다 다시 좌측으로 꺾어지는데 모퉁이를 돌면 무엇이 나올까라는 호기심이 생기는 길이다. 곧 다가올 봄이면 길섶에 노란 애기똥풀이 자라는 곳이다. 호젓한 길을 걷다 우측으로 꺾어지는 곳에 이정표가 있다. 정상이 0.7km 남은 지점이다. 옆에는 앉아 쉴 수 있는 정자도 하나 있다. 정상 방면으로 5분 정도 가면 삼거리가 나온다. 우측은 정상으로 좌측은 산의 남사면으로 연결된 길이다. 눈에 살짝 가려진 빙판은 순간의 방심으로 부상과 직결된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글귀가 떠오르는 때다. 삼거리 갈림길에서 좌측의 능선을 따라 20분 정도 가면 운동시설이 있다. 좌청룡 우백호의 좌청룡에 해당하는 능선이다. 길이 넓어 산악자전거도 오간다. 우측 산자락에 자리 잡은 큰 가람의 지붕들이 능선에서 보인다. 바로 1.4km 떨어져있는 봉원사이다. 운동시설을 지나자마자 나타나는 우측의 오솔길을 따라 내려가면 봉원사에 닿는다.
봉원사는 신라 진성여왕 3년(889년)에 도선국사가 창건했다. 임진왜란 때 전화를 입기도 했지만 지인(智仁)대사가 중창했다고 한다. 수험생들이 국사 공부할 때 꼭 외워야했던 개화기 때의 인물들이 몇 분 있다. 바로 김옥균 박영효 서광범 등. 이분들은 갑신정변(1884년)의 주요인물로 알려져 있는데, 이 개화파 인사들의 정신적 지도자였던 이동인 스님이 이곳 봉원사에서 5년간 머물며 포교했다고 한다. 태고종의 총본산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영산재(靈山齋)를 매년 거행하고 있다. 영혼이 불교를 믿고 의지함으로써 극락왕생하게 하는 의식이다.
↑ 인왕산의 바윗길을 따라 하산하고 있다.
복을 구하려는 아낙네들이 보기 드물게 큰 삼천불전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린다. 삼천불전 옆에 있는 이동인 선사의 수인상을 구경하며 물 한 모금 시원하게 들이킨다. 수인상(手印像)은 존귀한 분을 모신다는 의미가 있다. 앞에 있는 삼층석탑은 최근에 만든 것인지 아직 탑신에서 사람 때가 느껴지지 않는다. 대찰답게 추운 날씨에도 많은 신도들이 오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명부전 지붕에 쌓인 눈은 녹을 줄을 모른다. 그 위에 있는 극락전은 풍우에 씻긴 세월의 흔적이 역력하다.
규모가 큰 절의 곳곳에서 퇴색된 석등이 시선을 끈다. 약간 경사진 곳에 있는 건물과 빛바랜 편액이 절의 역사를 묵직하게 말하고 있다. 봉원사는 시간 내서 구석구석 구경을 해야 할 정도로 볼 것 많은 대찰이다.
만월전 좌측으로 가면 등산로다. 그 길을 따라 작은 다리를 건너면 운동시설도 많이 보인다. 여름에는 소나무 숲 곳곳에 앉아 신선놀음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작은 다리를 하나 건너면 좌측에 있는 아기자기한 연못도 눈에 띤다. 노란 줄무늬가 있는 풀이 산죽처럼 자라는 곳은 분기점이다. 앞쪽으로 가지 않고 우측의 능선으로 가면 곧 쉼터에 닿는다. 잠시 쉬어가며 간식 먹기 좋은 곳인데 무악정과 가깝다. 무악정은 이층의 단청이 선명한데 지붕에는 최근에 내린 폭설이 쌓여있다. 단청의 화려한 색은 위엄과 권위를나타내기도 하고 잡귀를 쫓는 의미도 있다. 이층에 올라가서 한강의 물줄기와 관악산의 능선을 조망하는 호사를 누린다. 무악정에서 정상의 봉수대는 450m 거리이다. 용천약수터를 거쳐 만남의 장소로 내려갈 수도 있다. 만남의 장소로 내려가는 등산로는 대체로 잘 정비된 편이다. 옆에 있는 낙엽송이 찬 기운을 받아 눈과 마음을 시원하게 해준다. 지금은 졸가리밖에 없어 황량함을 느끼지만 느티나무와 소나무가 많아 여름에는 숲의 고마움을 느낄 수 있는 등산로다.
배수시설 옆으로 난 길을 5분 정도 내려가면 만남의 장소이다. 공들여 쌓은 돌 탑 두 개가 눈에 들어온다. 주위는 어린이들을 위한 자연학습장이다. 추위가 물러나면 아이들이 와 떠들어대며 뛰어 노는 곳이다. 2분 거리에 있는 서대문자연사 박물관도 보인다. 다시 올라오면 무악정 근처의 하얀 자작나무가 보이기 시작한다. 자작나무는 가구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데 팔만대장경도 이 나무로 만들어졌다고 전한다. 길을 사이에 두고 우측은 자작나무가, 좌측은 높이 약 30m의 일본잎갈나무가 있다. 일본잎갈나무는 낙엽송(落葉松)이라고도 하는데 목재는 탄광의 갱목이나 철도의 침목으로도 사용된다. 좌측의 통신시설을 지나면 헬기장을 지나 안산 정상이다.
정상에는 봉수대(烽燧臺)가 있다. 봉(烽)은 밤에 불빛으로 신호를 보내는 것이고, 수(燧)는 낮에 불을 피워 연기로 신호를 보내는 것을 뜻한다. 오래전부터 군사적 요새인 인왕산이 옆에 있기 때문에 이곳 안산도 그 역할의 일부를 수행하느라 정상에 봉수대를 설치한 것이다. 높이 3m가 넘는 현재의 봉수대는 서울 정도 600년을 기념하여 1994년에 복원한 것이다. 봉수대 뒤에는 전망대가 있다. 그곳에서 북쪽을 조망하면 좌우로 쭉 펼쳐진 능선을 따라 북한산의 침봉들이 하늘을 찌른다. 천 만 명이 사는 서울의 기상이다.
우측의 길을 따라 내려가면 조망 명소를 지나 백암약수에 닿는다. 여름에는 주민들이 물을 떠가려고 통 하나씩 들고 줄을 서는 곳이다. 약수터를 지나 암벽등반을 할 수 있는 권등암장에 도착할 수 있다. 권기열등산학교의 교장(敎場)으로 활용되는 암장이다. 요즘에는 등산을 체계적으로 배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등산학교에 입교한다. 한국등산학교나 코오롱등산학교처럼 단체에서 운영하는 곳도 있지만 김용기등산학교나 이곳같이 개인이 운영하는 등산학교도 있다. 갔던 길을 되돌아와 능선의 계단을 내려가면 몇몇이 걸터앉아 간식을 나눌 수 있는 바위가 몇 군데 있다. 바위 사이로 난 등산로를 따라가다가 좌측의 길로 빠지면 서대문독립공원이 나온다. 공원에서 독립문역이 보인다.
산행정보
권기열등산학교 암장
암벽반, 빙벽반, 스포츠클라이밍 등의 과정이 있어 각자의 취향에 맞는교육을 받을 수 있다. 입교생들은 안산에 있는 '권등암장'이라는 암벽에서 교육을 받는데 '권등암장'은 무악재를 경계로 인왕산과 서로 마주보고 있는 곳에 위치해 있다. 최고 높이 100m, 폭 300m 정도의 암괴로 되어 있다. 권기열교장이 개척한 후 '권등암장'으로 통용되고 있으며 전용교육장으로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현재 '권등암장'에는 30여개의 등반암벽 루트가 개척되어 있다.(문의02.2277-1776)
무악재(毋岳재)
현재의 독립문에서 홍제동 방면으로 조금 가면 우측의 인왕산과 좌측의안산을 잇는 낮은 고개다. 조선 초기에 태조 이성계를 도와 한양을 도읍으로 정하는데 크게 기여한 무학대사(無學大師)의 '무학'에서 연유한다고 한다. 당시 무악재는 명나라·청나라의 사신들과 조선의사신들이 오가는 길목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지금은 없어지고 독립문이 세워졌지만 무악재 아래에 외국의 사신들을 맞이하는 모화관(慕華館)과 영은문(迎恩門)이 있었다.
봉원사(奉元寺)
신라 진성여왕 3년(889년)에 도선국사(道詵國師)가 창건한 후 고려 말에 보우(普愚)스님이 중창하였다고 전한다. 임진왜란 때 전각이 불에 탔으나 지인(智仁)대사가 중창하였다. 갑신정변을 일으킨 김옥균박영효 서광범 등 개화파 인사들에게 영향을 끼쳤던 이동인 스님이 5년간 머물며 포교하였던 곳이다. 태고종의 총본산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영산재(靈山齋)를매년 거행하고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50호인 영산재는 49재의 한 형태로, 영혼이 불교를 믿고 의지함으로써 극락왕생하게 하는 의식이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지방자치단체에서 세운 최초의 자연사박물관으로 청소년, 가족, 주민들이 함께 휴식과 문화생활을 할 수 있다. 중앙 홀, 인간과자연관, 생명 진화관, 지구 환경관, 기획전시실 등으로 구성되며 역사적인 흐름에 따라 시간적, 공간적 순서대로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교실을 운영하고 매월 1회 박물관 투어도 개설한다. 계절별로 체험교실도 열어 참가자들이 야외에서 직접 자연을 체험할 수 있다. 입장료는 유료이며 돌탑 두 개가 있는만남의 장소에서 보인다. (문의 02.330-8899)
동영숯불갈비
독립문역 3번 출구에서 인도로 1분정도 가면 행촌의원이 나오는데 옆 골목에있다. 내부가 깨끗하고 갈비탕이나 산채비빔밥 등의 메뉴가 점심에 많이 나간다. 미국산 생갈비와 한우 육회 등도 맛이 좋아 회식장소로 손색이 없다. 11년째 영업 중인데 근처의 회사원들이 주요 단골손님이다. 홀에80명, 방에 10여명 수용 가능하다. 산행 후 식사 장소로 좋은데 1인분(250g)에 11,000원 하는 돼지갈비를 추천한다. (02.722-3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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