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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대명절 추석?.. 부부에겐 이혼 '시한폭탄'
뉴시스 장성주 입력 2013.09.17 05:01
명절 전후 이혼율 11.5%↑‥서로 이해·예의 지키는 게 최선
【서울=뉴시스】장성주 기자 = "추석이 민족의 대명절이라구요? 저희 부부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조마조마하게 보내야 될 것 같아요."
지난 3월에 결혼한 박모(33)씨 부부는 올 추석이 결혼 후 처음으로 함께 보내는 명절이다.
하지만 박씨의 마음속엔 설렘과 기대보다 두려움이 앞선다. 연휴인 5일 동안 잠시도 긴장을 풀 수 없을 것이 뻔해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다.
박씨는 연휴를 가슴 졸이며 보낼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뛰고 침이 마른다. 이유는 단 하나. 양가 부모에 대한 대우 문제 때문이다. 박씨 부부의 보이지 않는 전쟁은 '명절 일정 짜기'부터 시작됐다.
추석 당일인 19일은 박씨의 집에서 차례를 지내기로 결정했지만 나머지 기간을 어디서 보낼 것인지가 문제였다. 박씨가 자신의 집에서 오래 묵을 경우 부인이 집안일을 도맡아 해야 한다. 반대로 자신은 처가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빈둥거릴 것이 눈에 밟혔다.
그는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여도 우리 같은 신혼부부에게는 적잖은 문제"라며 "사실 문제는 집안 어르신들의 눈치를 봐야한다는데 있어 풀어가기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결국 박씨는 이틀씩 서로의 집에서 머문 뒤 추석 다음 일주일 동안 모든 집안일을 자신이 한다는 조건으로 부인의 마음을 달랬다. 또 다음해 설에는 처가에서 명절을 쇠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박씨 부부의 고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역 갈등'이라는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문제가 이 부부의 발목을 잡았다.
박씨의 집안은 영남을 대표하는 '대구', 그의 부인은 호남을 대표하는 '목포'가 집이다. 이들 부부는 결혼 때까지만 해도 '영·호남의 화합'이라며 축복을 받았으나 막상 설 연휴를 앞두고는 달라졌다.
박씨는 "괜한 한마디가 비수가 돼 서로의 기분이 상할 수 있어 조심스럽다"며 "화약고를 제 발로 찾아가는 기분"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추석을 앞두고 고민에 빠진 것은 신혼부부뿐만이 아니다. 예비부부 역시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내년 2월 결혼 예정인 고모(27·여)씨는 최근 추석을 맞아 양가 부모님의 선물을 준비하는 문제로 예비 남편과 말다툼을 벌였다.
고씨는 결혼을 앞두고 마지막 명절인 만큼 여행 상품권 같은 의미 있는 선물을 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췄다. 반면 예비 남편은 결혼 준비로 사용한 돈이 많은 만큼 지출을 아꼈으면 했다.
지난 7년간 사귀면서 양가에 비타민이나 홍삼 등의 선물을 해왔던 터라 고씨는 이번 명절을 그냥 넘기자는 예비 남편의 말이 서운했다.
결국 이들은 이틀에 걸친 '마라톤 회의' 끝에 연휴 중 하루씩 양가에 방문해 부모님께 용돈 10만원을 드리기로 결정했다.
고씨는 "결혼을 앞두고 예민하게 굴었던 것 같다"면서도 "명절 때문에 이런 작은 일 하나하나부터 스트레스가 생기는데 결혼 후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명절을 전후해 가사 분담과 선물 등으로 시작된 부부싸움이 이혼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5년간 이혼통계'에 따르면 명절 전후인 2~3월과 10~11월의 이혼 건수는 바로 전달보다 평균 11.5% 늘어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의 경우 설이 있던 1월의 이혼건수는 9013건이었으나 2~3월은 각각 9398건과 9511건으로 늘었다. 반면 4월에는 8524건으로 다시 줄었다.
또 추석이 있던 9월의 이혼건수는 9127건에서 10월에는 9972건, 11월은 9915건으로 증가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부가 서로에 대해 생긴 높은 기대감이 큰 실망으로 바뀌며 이혼을 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박소현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법률구조2부장은 "명절은 부부가 서로 자신의 부모를 어떻게 대할 것인지에 대해 높은 기대감이 생기고 이것이 부담감으로 이어져 큰 실망으로 끝나게 된다"며 "문제 해결에 다른 가족들이 개입하면서 더 큰 오해를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부가 서로 이해하고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mufpi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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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에 결혼한 박모(33)씨 부부는 올 추석이 결혼 후 처음으로 함께 보내는 명절이다.
하지만 박씨의 마음속엔 설렘과 기대보다 두려움이 앞선다. 연휴인 5일 동안 잠시도 긴장을 풀 수 없을 것이 뻔해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다.
박씨는 연휴를 가슴 졸이며 보낼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뛰고 침이 마른다. 이유는 단 하나. 양가 부모에 대한 대우 문제 때문이다. 박씨 부부의 보이지 않는 전쟁은 '명절 일정 짜기'부터 시작됐다.
그는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여도 우리 같은 신혼부부에게는 적잖은 문제"라며 "사실 문제는 집안 어르신들의 눈치를 봐야한다는데 있어 풀어가기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결국 박씨는 이틀씩 서로의 집에서 머문 뒤 추석 다음 일주일 동안 모든 집안일을 자신이 한다는 조건으로 부인의 마음을 달랬다. 또 다음해 설에는 처가에서 명절을 쇠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박씨 부부의 고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역 갈등'이라는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문제가 이 부부의 발목을 잡았다.
박씨의 집안은 영남을 대표하는 '대구', 그의 부인은 호남을 대표하는 '목포'가 집이다. 이들 부부는 결혼 때까지만 해도 '영·호남의 화합'이라며 축복을 받았으나 막상 설 연휴를 앞두고는 달라졌다.
박씨는 "괜한 한마디가 비수가 돼 서로의 기분이 상할 수 있어 조심스럽다"며 "화약고를 제 발로 찾아가는 기분"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추석을 앞두고 고민에 빠진 것은 신혼부부뿐만이 아니다. 예비부부 역시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내년 2월 결혼 예정인 고모(27·여)씨는 최근 추석을 맞아 양가 부모님의 선물을 준비하는 문제로 예비 남편과 말다툼을 벌였다.
고씨는 결혼을 앞두고 마지막 명절인 만큼 여행 상품권 같은 의미 있는 선물을 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췄다. 반면 예비 남편은 결혼 준비로 사용한 돈이 많은 만큼 지출을 아꼈으면 했다.
지난 7년간 사귀면서 양가에 비타민이나 홍삼 등의 선물을 해왔던 터라 고씨는 이번 명절을 그냥 넘기자는 예비 남편의 말이 서운했다.
결국 이들은 이틀에 걸친 '마라톤 회의' 끝에 연휴 중 하루씩 양가에 방문해 부모님께 용돈 10만원을 드리기로 결정했다.
고씨는 "결혼을 앞두고 예민하게 굴었던 것 같다"면서도 "명절 때문에 이런 작은 일 하나하나부터 스트레스가 생기는데 결혼 후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명절을 전후해 가사 분담과 선물 등으로 시작된 부부싸움이 이혼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5년간 이혼통계'에 따르면 명절 전후인 2~3월과 10~11월의 이혼 건수는 바로 전달보다 평균 11.5% 늘어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의 경우 설이 있던 1월의 이혼건수는 9013건이었으나 2~3월은 각각 9398건과 9511건으로 늘었다. 반면 4월에는 8524건으로 다시 줄었다.
또 추석이 있던 9월의 이혼건수는 9127건에서 10월에는 9972건, 11월은 9915건으로 증가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부가 서로에 대해 생긴 높은 기대감이 큰 실망으로 바뀌며 이혼을 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박소현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법률구조2부장은 "명절은 부부가 서로 자신의 부모를 어떻게 대할 것인지에 대해 높은 기대감이 생기고 이것이 부담감으로 이어져 큰 실망으로 끝나게 된다"며 "문제 해결에 다른 가족들이 개입하면서 더 큰 오해를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부가 서로 이해하고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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