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기획] "여러분의 집·일터 새 주소를 아시나요?"
국민일 보 입력 2013.12.14 01:31
내년 1월 1일부터 국민일보 본사의 주소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12'에서 '서울 영등포구 여의공원로 101'로 바뀐다. 길 이름과 건물 번호를 쓰는 도로명주소가 법정 주소로 전면 사용되기 때문이다. 이제 공공기관에 전입·출생·혼인 등 각종 신고를 하거나 서류를 제출할 때 반드시 도로명주소를 적어야 한다. 기존 지번주소는 토지 관리를 위한 번호나 부동산 계약서상 표시로만 쓰이게 된다.
도로명주소는 시·군·구/읍·면까지는 기존 주소와 같지만 동·리/지번 대신 도로명과 건물번호를 쓴다. 도로를 크기에 따라 '대로' '로' '길'로 나눈다. 폭이 40m를 넘거나 왕복 8차로 이상이면 '대로', 이보다는 작지만 폭이 12m 이상이거나 왕복 2차로 이상이면 '로'라고 표기하는 식이다.
건물번호는 건물의 정면과 만나는 도로가 시작하는 지점을 기준으로 서에서 동, 남에서 북으로 갈수록 숫자가 커진다. 도로의 왼쪽 건물에는 홀수, 오른쪽 건물에는 짝수 번호가 붙는다. 이 번호는 길의 시작점에서 20m 간격으로 숫자가 2씩 더해져 왼쪽은 1·3·5·7·9…, 오른쪽은 2·4·6·8·10…이 된다. 20m 간격인 1과 3 사이에 건물이 하나 더 있다면 1-1이 된다. 서울시청은 세종대로 시작점에서 1100m 떨어져 있고 도로 오른쪽에 있어 '세종대로 110'이다.
기존 지번주소는 일제가 1918년 식민 통치와 조세 징수 등 식민지 수탈을 목적으로 토지조사를 거쳐 작성했다. 이후 급격한 도시화로 토지가 분할되면서 그때그때 불규칙적으로 지번이 부여됐다. 안전행정부는 지번주소가 더 이상 주소로서 기능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1996년부터 39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새주소 사업을 추진해 왔다. 2007년 도로명주소법을 제정하고 이듬해부터 전국에 도로명판 35만개, 건물번호판 590만개를 설치하며 개편을 준비했다.
정부는 도로명주소 도입으로 길 찾기가 더 쉬워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안행부 주소정책과 관계자는 "하나의 지번에 여러 개 건물이 존재하는 등의 문제점 때문에 현 주소체계는 길 찾기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도로명주소로 바뀌면 재난상황 시 응급 출동 속도가 빨라지고 물류비 등이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내비게이션 등 전자지도를 이용할 때도 도로명을 바로 입력하면 돼 쉽고 빠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에서 도로가 바둑판처럼 정확히 나뉜 건 경남 창원 등 소수의 계획도시뿐이다. 골목길이나 꼬불꼬불한 길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 도로를 따라 구획을 명확히 나누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동아대 황규홍 교수는 "도로가 쭉 뻗어 있지 않은 조그마한 마을길의 건물들은 도로명주소를 알아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말처럼 '편리함'을 얻는다 해도 그 대가로 '이야기'를 잃게 되리란 우려도 나온다. 우리나라 '동 이름'에 담겨 있는 고유한 역사, 문화, 전통이 갈수록 잊혀지고 사라지게 됐다는 것이다. 서울대 최대권 명예교수는 "동·면·리 지명 하나하나에는 신라시대부터 이어지는 각 지역의 전설, 역사, 민담 등이 스며 있다"며 "도로명주소가 도입되면 이런 역사가 점차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행부 관계자는 "도로명을 부여할 때 해당 구간의 역사유적, 인물, 지방연혁 등을 우선 반영했다"며 "미흡한 부분은 주민 의견을 반영해 도로명을 바꿀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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