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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우리 속담21 서러워서 설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4. 1. 1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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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우리 속담21 서러워서 설

 

재미있는 우리 속담 21 한 해를 시작하는 복된 날의 설움 서러워서 설
 

옛 어른들은 “일이란 다 때가 있는 법이다.”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일하기 좋은 나이, 공부하기에 좋은 시절, 놀기에 좋은 때, 사랑하기 좋은 날 등이 있는 법이지요.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처럼 때를 놓치면 하지 않음만 못한 일들이 수두룩합니다. 씨는 봄에 뿌리고 수확은 가을에 해야 하는 것처럼, 사람살이의 많은 일들은 때를 잘 맞추어야 합니다.

 

봄날 꽃구경에 나서고 햇살 쨍쨍한 여름날 논에 김을 매듯이, 일도 사랑도 모두 청춘靑春의 몫입니다. 노년의 일과 사랑이 모두 가능하고 가치 있는 일이되, 청춘의 일과 사랑 없이 노년의 일과 사랑이 기꺼운 일이 될 수는 없습니다. 청춘이 우리의 미래이므로, 청춘이 행복하지 않은 사회라면 그것은 곧 미래가 없는 사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날 한국의 청춘들은 끝없는 경쟁과 자기 계발 신화에 순응하며 ‘피로 청년’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왜 피로감에 젖어 있는지 알지 못한 채 깊은 무력감에 빠져 있습니다. 스스로 화가 났는지, 무엇에 화가 났는지, 어디에 화를 내야 하는지 알지 못한 채, 무엇보다 화나고 피곤한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알아채지도 못한 채 그저 하루하루의 노동과 스펙 쌓기에 골몰하고 있지요.

 

이른바 ‘삼포세대’라고 하던가요? 물론 모든 사람이 반드시 연애와 결혼과 출산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열망을 품기도 전에 무언가를 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스스로 어떤 일들을 포기하며 살아간다는 사실이 문제지요. 그것도 젊은 사람들이 말입니다. 포기하는 것이 연애와 결혼과 출산만이 아니라 자신의 삶 그 자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이 가장 심각한 문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고자 하는 마음, 그것을 놓칠 때 인간은 삶의 동력을 상실하고 맙니다.

 

수 년간 대학에서 스무 살 무렵의 청춘들을 만나면서 해가 갈수록, 날이 갈수록 점점 시들어 가는 그들을 보았습니다.

젊은이들이 살아갈 의지를 가질 수 없게 만드는 사회라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도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 없을 겁니다. 행복할 수 없는 자식들을 두고 어찌 부모들이 행복한 내일을 희망할 수 있겠습니까?

 

가난 구제는 나랏님도 못한다’는 속담은 이제 옛말이 되었습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때를 놓치지 말고 서둘러야 할 겁니다. “요새 젊은 사람들은…….”이라며 청춘의 무지와 모자람을 탓하기 전에,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없도록 그들의 손발을 묶어 옥죄고 있는 것들은 없는지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맹자孟子가 말하기를, ‘항산恒産’이 있어야 ‘항심恒心’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먹고살 만한 떳떳한 일이 있어야 잘못된 길로 치우치지 않고 똑바로 걸어갈 수 있는 마음이 보존된다는 뜻입니다. 또한 그는 백성들의 ‘항산’을 마련하지 않고 오직 그들이 잘못된 길로 빠졌을 때 그들을 처벌할 궁리만 하는 일을 ‘백성을 그물질하는 태도’로 힐난하였습니다. ‘사흘 굶고 담 안 넘을 사람 없다’는 옛말도 있지 않습니까?

 

올해도 청춘의 삶을 더 낫게 만들기 위한 여러 가지 제안이 쏟아져 나오겠지요. 선거가 있는 해이니 더욱 그러할 겁니다. 올해 쏟아져 나올 무수한 약속들이 ‘바짓가랑이 뜯어 저고리 꿰매거나’, ‘고인 돌 빼내 성 쌓는’ 격의 임시방편이 아니길 바랍니다.

 

서러워서 설’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 해를 시작하는 복된 날 따뜻한 이부자리, 속 뜨신 밥 한 숟갈 맘 편히 할 수 없는 설움을 표현한 말이겠지요. 또한 설날의 ‘설’은 지난날과 단절된 낯설고 새로운 날을 뜻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어떤 이들은 이 말이 ‘삼가는 날’을 뜻하기도 한다고 말하지요. 올 설에는 부디 삼가고 또 삼가서,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낯설고 새로운 날을 정초할 씨앗을 품을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리하여 우리 청춘들에게 더이상 서러운 설이 돌아오지 않기를 고대하고, 또 고대하겠습니다.



 
 

글_김영희
경기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구비 문학을 전공하여 박사 학위를 받았다. <비극적 구전 서사의 연행과 '여성의 죄'>, <한국 구전 서사 속 여성 섹슈얼리티에 대한 신경증 탐색>, <한국 구전 서사 속 '부친살해' 모티프의 역방향 변용 탐색> 등의 논문과 <구전 이야기의 현장>, <숲골마을의 구전 문화>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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