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월급봉투는 안녕하십니까] 분배 없이 성장 없는데.. 근로자들 일한 만큼 대가 받지 못했다
국민일보 입력 2014.01.24 10:18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수출 위주의 우리나라 경제정책은 기업의 배는 불렸지만 가계소득은 줄어들게 만들었다. 지난 15년여 동안 기업들은 이익을 축척한 반면 가계는 빚을 쌓아가는 구조로 변했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전체 기업의 사내유보율은 2002년 89.52%에서 2012년 95.21%로 상승했다. 사내유보율은 기업의 이익 잉여금 중 사내에 쌓아놓는 비율이다. 기업경영 성과 평가 회사인 CEO스코어 조사 결과 지난해 6월 기준 1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은 모두 477조원으로 2010년에 비해 44% 늘었다.
기업에 돈이 쌓이고 있는 것은 '통화 및 유동성' 현황에서도 나타난다. 지난해 11월 기업부문 보유 전체 광의통화(M2)는 503조4000억원으로 전월에 비해 1.14% 증가했다. 전부문의 M2가 1912조8000억원에서 1921조4000억원으로 0.4%, 가계 및 비영리단체 보유 통화는 1062조2000억원에서 1067조원으로 0.5% 증가에 그친 것에 비하면 가파른 상승세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로 따져도 가계는 4.1%인데 비해 기업은 9.9%에 달했다.
반면 근로자들은 일한 만큼 대가를 받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노동소득분배율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61.4%에서 2011년 59.5%로 줄었다. 노동소득분배율은 기업 이익 중 노동자가 가져간 몫이다. 우리나라 노동소득분배율은 1980년 이후 꾸준히 상승해 1996년 63.4%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1997년 외환위기에 따른 임금 삭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잡 셰어링(일자리 나누기) 정책에 따른 임금 감축 등으로 60%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가계소득 정체가 자영업자 몰락에 따른 것이지 임금근로자 때문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민간소비 수준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서 가계소득 대부분이 근로소득에 의존하고 있는 점에서 자영업 비중 하락 자체가 가계소득 감소 원인으로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나승호 차장은 "2000년대 중반 이후 노동생산성 증가에 비해 실질임금 상승세가 미약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고용의 질적 수준이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는 점도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경력단절 여성, 베이비붐 세대의 조기 퇴직자 등을 중심으로 한 재취업 수요가 늘면서 상대적으로 저임금의 질 낮은 일자리가 많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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