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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의 '부채론' vs '라면론' 의 안철수
헤럴드경제 입력 2014.01.24 11:06
"부채살 펼치듯 폭넓게 외연 확대"
민주 우클릭 비난 세련된 화법으로 무마
'국민과 함께 라면' 썰렁유머 뒤 돌직구
새정치 기치로 투박하지만 일관된 표현
여기 두 명의 투수가 있다.
한 투수는 구질이 다양한 변화구형 투수다. 타자를 요리하는 공략법이 다양하고 기술도 화려하다. 다른 투수는 묵직한 구위로 승부하는 직구형이다. 칠테면 쳐봐라 식의 강속구를 스트라이크존에 꽂는다.
투수의 공은 정치인에게 있어 말과 같다. 텃밭인 호남을 '외할머니의 툇마루'에 비유하며 민심을 만회 중인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변화구형이다. 창당을 공식화한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화법은 모호하다가도 정작 필요할 땐 직설적으로 변한다. '새정치'만 반복하다가 '정당공천 폐지'를 촉구하는 식이다.
'야권 빅2'의 상반된 수사법은 최근 발언에서 더욱 잘 드러난다. 민주당 측에 따르면 김 대표는 계속되는 '우클릭' 논란에 '부채'를 꺼내들었다. 신년기자회견 후 햇볕정책 수정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에 '민주당이 우클릭 지적을 받고 있다'는 언론 보고를 받는 비공개 자리에서였다.
당시 김 대표는 "살부채를 양쪽으로 펴는 것과 같다"며 "부채에 중심이 있는 것처럼 민주당도 본래의 기본축을 중심에 두고 부채를 펼치 듯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정애 민주당 대변인은 "어느 한 쪽으로 우르르 몰려가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좀더 많이 안을 수 있도록 부채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라며 "좌클릭ㆍ우클릭 논쟁이 의미없다는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중도는 물론 보수진영의 마음까지 얻기 위해 진행 중인 민주당의 변화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언론인 출신으로 집필한 소설(여자의 남자)을 베스트셀러에까지 올린 4선 의원의 노련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김 대표와 같이 국민을 끌어안으려는 생각은 같지만 이를 드러내는 안 의원의 표현방식은 다소 투박하다. 안 의원은 연초 서울 명동 등에서 펼친 새정치 거리설명회를 통해 시민에게 난센스 퀴즈를 하나 던졌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묻더니 "바로 국민과 함께 라면"이라고 스스로 답하며 머쓱하게 웃었다.
이 썰렁한 농담 덕분에 포털사이트의 안 의원 연관 검색어에는 라면이 올라갔다. 하지만 안철수식 유머 뒤에는 항상 직구가 날아왔다. 그는 '국민 라면'을 외친 뒤 곧바로 "현 정치의 문제는 정치권을 위한 정치일 뿐"이라며 "국민이 무엇을 원하고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열심히 하다보면 국민을 위한 정치, 국민과 함께하는 정치가 자연스럽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세력은 낡은 것, 자신은 새 것'이라고 구분짓는 초선의원의 화법은 갈수록 솔직대담해지고 있다. 앞서 창당 각오를 밝히는 자리에서도 그는 "대전환기 적극적으로 변화하려 했던 민족만 살아남았다"며 "모든 것을 바꿔 새로운 국민체제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다른 스타일의 야권 빅2가 4개월 만에 여의도 모처 식당에서 둘만의 오찬을 가졌다. 밥상에는 '정당공천 폐지'와 '국정원 특검'이 반찬으로 올라갔다. 다른 화법의 두 정치인이 모처럼 한뜻으로 만난 오찬 자리에서 얼마나 깊은 속내를 털어놓고 뜻을 공유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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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우클릭 비난 세련된 화법으로 무마
'국민과 함께 라면' 썰렁유머 뒤 돌직구
새정치 기치로 투박하지만 일관된 표현
여기 두 명의 투수가 있다.
한 투수는 구질이 다양한 변화구형 투수다. 타자를 요리하는 공략법이 다양하고 기술도 화려하다. 다른 투수는 묵직한 구위로 승부하는 직구형이다. 칠테면 쳐봐라 식의 강속구를 스트라이크존에 꽂는다.
투수의 공은 정치인에게 있어 말과 같다. 텃밭인 호남을 '외할머니의 툇마루'에 비유하며 민심을 만회 중인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변화구형이다. 창당을 공식화한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화법은 모호하다가도 정작 필요할 땐 직설적으로 변한다. '새정치'만 반복하다가 '정당공천 폐지'를 촉구하는 식이다.
'야권 빅2'의 상반된 수사법은 최근 발언에서 더욱 잘 드러난다. 민주당 측에 따르면 김 대표는 계속되는 '우클릭' 논란에 '부채'를 꺼내들었다. 신년기자회견 후 햇볕정책 수정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에 '민주당이 우클릭 지적을 받고 있다'는 언론 보고를 받는 비공개 자리에서였다.
당시 김 대표는 "살부채를 양쪽으로 펴는 것과 같다"며 "부채에 중심이 있는 것처럼 민주당도 본래의 기본축을 중심에 두고 부채를 펼치 듯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정애 민주당 대변인은 "어느 한 쪽으로 우르르 몰려가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좀더 많이 안을 수 있도록 부채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라며 "좌클릭ㆍ우클릭 논쟁이 의미없다는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와 같이 국민을 끌어안으려는 생각은 같지만 이를 드러내는 안 의원의 표현방식은 다소 투박하다. 안 의원은 연초 서울 명동 등에서 펼친 새정치 거리설명회를 통해 시민에게 난센스 퀴즈를 하나 던졌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묻더니 "바로 국민과 함께 라면"이라고 스스로 답하며 머쓱하게 웃었다.
이 썰렁한 농담 덕분에 포털사이트의 안 의원 연관 검색어에는 라면이 올라갔다. 하지만 안철수식 유머 뒤에는 항상 직구가 날아왔다. 그는 '국민 라면'을 외친 뒤 곧바로 "현 정치의 문제는 정치권을 위한 정치일 뿐"이라며 "국민이 무엇을 원하고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열심히 하다보면 국민을 위한 정치, 국민과 함께하는 정치가 자연스럽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세력은 낡은 것, 자신은 새 것'이라고 구분짓는 초선의원의 화법은 갈수록 솔직대담해지고 있다. 앞서 창당 각오를 밝히는 자리에서도 그는 "대전환기 적극적으로 변화하려 했던 민족만 살아남았다"며 "모든 것을 바꿔 새로운 국민체제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다른 스타일의 야권 빅2가 4개월 만에 여의도 모처 식당에서 둘만의 오찬을 가졌다. 밥상에는 '정당공천 폐지'와 '국정원 특검'이 반찬으로 올라갔다. 다른 화법의 두 정치인이 모처럼 한뜻으로 만난 오찬 자리에서 얼마나 깊은 속내를 털어놓고 뜻을 공유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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