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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를 경배하라 / 이영혜 - 식당엘 가면 이모가 많다 / 문인수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4. 2. 3.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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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를 경배하라

 

이영혜

 

 

"<급구> 주방 이모 구함"
자주 가는 고깃집에서 애타게 이모를 찾고 있다
고모(姑母)는 아니고 반드시 이모(姨母)다
언제부턴가 아줌마가 사라진 자리에
이모가 등장했다
시장에서도, 음식점에서도, 병원에서도
이모가 대세다
단군자손의 모계가 다 한 피로 섞여
외족, 처족이 되었다는 말인지
그러고 보니 두 동생들 집 어린 조카들도 모두
늙그수레한 육아도우미의 꽁무니를
이모 이모하며 따라다닌다
이모(姨母)란 어머니의 여자 형제를 일컫는 말이니
분명 이모는 난데
이모(二母), 이모(異母), 이모(易母)?
그렇다면 신모계사회의 도래가 임박했다는 것인데?
"이모 여기 참이슬 한 병"을 외치는 도시유목민,
저 사내들의 눈빛이 처연하다
왁자지껄, 연기 자욱한 삼겹살집은 언제나
모계씨족사회의 한마당 축제날
젖통 출렁이며 가위를 휘두르고 뛰어다니는
절대 권력의 저 여전사,
싱싱한 사냥감을 토기 가득 담아내올 것 같아
나도 한 번
"이모 여기요" 하고 손을 들어본다
바야흐로 여족장의 평화로운 치세가 시작되었다
이모를 경배하라!

 

 

 

ㅡ계간『애지』(2011,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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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엘 가면 이모가 많다

 

문인수

 

  

요즘 식당엘 가서 서빙 아줌마를 청할 때,

“이모, 여기요-”하면 여럿 중 가장 가까운 이모가 온다.

 

물부터 들고 온다.

 

향수(鄕愁) 또한 모계(母系)의 긴 물길을 더 잘 거슬러 올라간다. 거슬러, 거슬러, 밥상까지 올라간다.

 

(바가지에 꽁보리밥, 쇠비름나물 삶아 무쳐 비빈 거….)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숫자와 똑같다.”*

 

  

*허영만의 요리만화 『식객』에서 가져옴.

 

 


―계간『포지션』(2013.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