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우리 말♠문학 자료♠작가 대담

한국어 선생님 ① 한류 열풍에서 배운 한국어 교사의 역활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4. 4. 9. 23:21
728x90

 

한국어 선생님 ①  한류 열풍에서 배운 한국어 교사의 역활

 

한류 열풍에서 배운 한국어 교사의 역할 서울대학교 언어교육원 한국어교육센터 강사 민유미
 
 


 


얼마 전 배우 김수현 씨가 몇억의 출연료를 받고 중국 방송에 출연했다는 기사를 보고 한류의 인기를 다시금 실감했습니다. 사실 한국에 있을 때는 한류 관련 기사를 봐도 그저 ‘인기가 많구나.’ 정도로 생각했는데 한국 밖에서 실제로 체감한 한류의 인기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저는 2011년 12월 말부터 2013년 1월 초까지 태국의 쭐랄롱꼰대학교Chulalongkorn University 인문대학에서 한국어학과 전임 강사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쳤습니다. 경력이 그리 많지 않은 교사였던 저는 쭐랄롱꼰대학교에서의 수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쭐랄롱꼰대학교는 1917년 쭐랄롱꼰 대왕의 뜻에 따라 설립된 태국의 첫 왕립 대학으로, 태국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교이자 태국을 대표하는 대학입니다. 우수한 학생들이 다니는 명문 대학이며, 태국의 마하 짜끄리 시린톤Maha Chakri Sirindhorn 공주도 이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쭐랄롱꼰대학교에서 한국어학과는 아직 주전공학과가 아니기에, 학생들은 한국어학과 수업을 부전공 또는 교양 수업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주전공학과가 아니므로 학생이 적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첫 수업에 들어가 보니 많은 학생이 눈을 반짝이며 앉아 있었습니다. 정해진 수강 인원보다도 많은 학생이 정말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무엇이 이 학생들로 하여금 이렇게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하게 하는지 한편으로는 그 동기가 궁금했습니다. 학생들과 하루하루 함께하면서 가장 큰 동기가 바로 한류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학생들은 저보다도 더 한국의 가요나 드라마, 영화를 잘 알고 있었고, 학교나 주변에서 한국 노래에 맞춰 춤 연습을 하는 학생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습니다.


 
 

한류를 통해 최대의 교육 효과를 거두다

 

기본적으로 학습자들은 자신이 관심 있는 것을 공부할 때 가장 열심히 하고 학습 효과도 뛰어나기 때문에 저는 수업에서 한류와 관련된 매체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예문이나 사진 자료를 제시할 때 학생들에게 인기 많은 배우나 가수를 예로 들거나 노래와 드라마를 이용해 수업을 짜기도 했습니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문화에 대해 수업 시간에 다른 친구와 이야기하는 것을 즐기며 수업에 열심히 참여했습니다. 또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이 관심을 두고 있는 한국 문화에 대해 글을 쓰고 발표하기를 즐겼습니다. 심지어 일주일 정도 여유를 주고 한류와 관련된 내용의 숙제를 내 주면 수업을 듣는 학생의 3분의 1 정도가 바로 다음 날 숙제를 완성해서 낼 정도로 학생들이 한류에 대해 가진 관심과 애정, 배움에 대한 열정이 매우 컸습니다.
 
하지만 이런 한류에 대한 관심이 단순히 특정 연예인이나 드라마에 대한 관심만은 아니었습니다. 첫 학기에 ‘한국어 쓰기’ 수업을 맡아 학생들에게 친구들과 함께 읽고 싶은 기사를 가지고 오라는 숙제를 내 준 적이 있었습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기사가 나올 것으로 생각했는데, 많은 학생이 한류 관련 기사를 가지고 와서 소개했습니다. 그렇지만 학생들은 단순히 한류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한국 사회에 대한 이야기로 주제를 넓혀 토론했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학생은 자신이 좋아하는 한국 연예인이 군 복무 면제를 받았다는 기사를 친구들에게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왜 한국에서는 모든 남자가 군대에 가야 하는가?’, ‘군대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이 연예인이 군 복무 면제를 받은 것이 정당한가?’ 등의 주제를 가지고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생각을 이야기하는데, 가끔은 저도 생각하지 못했던 한국 사회의 모습에 대해 언급하여 제가 오히려 학생들에게 배우기도 했습니다.

 
한류 열풍에서 배운 한국어 교사의 역할 서울대학교 언어교육원 한국어교육센터 강사 민유미
 

 

한 번은 외부인들을 대상으로 학과 소개를 하는 학교 축제가 있었습니다. 한국어학과는 주전공학과가 아니어서 준비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한국을 사랑하는 학생들이 스스로 모여서 준비했습니다. 제가 한 일은 거의 없을 정도로 학생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짜고, 교실을 꾸미고 홍보했습니다. 한복을 입은 태국 학생들이 한국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모습을 보니 여간 멋지고 뿌듯한 게 아니었습니다. 교실을 꾸밀 때도 역시 한류에 대한 내용이 많았는데 태국에서 인기 있는 한국 드라마나 영화, 노래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한국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도 홍보하였습니다. 인기가 많은 한류 스타의 사진을 크게 인쇄하거나 모형을 만들어 전시하기도 했습니다. 또, 학생들은 아이디어를 내 한국어학과 교실을 방문한 태국 사람들의 이름을 한글로 써 주는 이벤트를 하고, 여러 한류 스타들의 정보무늬QR코드도 준비해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는 어디에 있을지 찾아보는 코너도 만들었습니다. 한국 음식을 만들어 팔기도 했는데 마감 시간이 되기도 전에 준비한 재료가 떨어져 많은 사람이 아쉬운 마음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이런 학생들의 노력으로 한국어학과 교실에는 축제 기간 내내 종일 발 디딜 틈도 없이 많은 사람이 몰려와, 한류와 한국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한류, 그다음에 대한 고민

 

학생들의 관심사에 맞춰 즐거운 수업을 하려고 노력하던 어느 날, 수업 준비를 하다 문득 ‘한류를 넘어선 한국’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학생들이 한류의 경계를 넘어선 한국 문화와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졌을 때 적당한 대답을 해 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한국어 교육 현장에 계신 분이라면 누구나 고민을 해 보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문득 돌아보니 저도 외국 문화에 관심이 있었을 때 그 문화를 좀 더 이해하고 싶어서 해당 외국어를 배운 적은 있었지만 혼자서 책이나 드라마, 노래 등을 통해 습득하고 이해한 내용은 매우 한정적이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어 교사로서 한류의 경계를 넘어 학생들이 ‘한국’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바로 제가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저 또한 그들에게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깊게 연구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반성하였습니다.
 
두 번째는 ‘한류의 다음은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한류가 영원히 계속되어 세계인들이 계속해서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지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유행은 늘 흐르고 변하듯이 한류가 사그라진다면 그 후에는 한국의 어떤 매력적인 요소로 세계인들의 눈길을 끌까요? 분명 한국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나 문화는 현재 한류로 표상되는 문화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수업에 적용하여 무언가를 가르치려고 생각해 보니 평소 늘 다루어 왔던 한류 콘텐츠나 한복, 한국 음식 소개 등을 제외하고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었습니다. 이 또한 평소 저의 연구 부족에서 비롯된 무지였기에 반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어 교사는 한국도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2012년 2학기에는 ‘한국어 1’ 수업이 열렸는데 무려 300명에 달하는 학생이 수강 신청을 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이 부족한 실정이라 100명만 수업을 수강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을 좀 더 알고 싶어서 시간을 따로 내어 이야기를 해 보았습니다. 학생들의 관심사도 다양했고 학습 동기 또한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런 학생들의 마음을 충족시켜 줄 수 있도록 한국어 교사로서 한국어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와 문화에 대해서도 꾸준히 연구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1년간의 근무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도, 사실 한국의 사회와 문화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바로 답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교실 밖의 상황에도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외국인의 시선으로 보며 생각한다면 좀 더 ‘한국’에 대하여 잘 전하는 교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앞으로도 노력하려고 합니다. 선생님들께서 만난 학생들은 한국의 어떤 모습을 궁금해했는지요?



 
 

글_민유미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동 대학원 국제대학원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 석사 졸업. 국민대학교 한국어교육센터, 태국 쭐랄롱꼰대학교 인문대학 한국어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지금은 서울대학교 언어교육원 한국어교육센터 강사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