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터키 탄광 폭발 사고

흙더미 속에서 껴안은 터키 父子.. 같은 광산 취직한 쌍둥이도 끝내..

조선일보 | 정지섭 기자 | 입력 2014.05.17 03:00
갱도를 덮친 흙더미에서 발견된 두 구의 시신은 서로 꼭 끌어안고 있었다. 은퇴했다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다시 갱도로 들어간 마흔세 살의 노련한 광부 휘세인 아브카스와 광부 일을 시작한 지 1년도 안 된 열아홉 살 둘째 아들 페라트였다. 아버지 휘세인은 60인 근무조의 팀장을 맡고 있었다. 그 팀에 아들도 있었다. 아버지가 전화 보고를 위해 잠시 갱도에서 올라온 사이에 귀를 찢는 폭발음이 들려왔다. 동료들은 아버지가 사고를 직감했음에도 주저하지 않고 아들과 팀원들을 구하러 갱도로 뛰어들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3부자가 광부였다. 한 가족이 같은 근무조로 일하는 것은 금기시되고 있지만, 이들은 생활고 때문에 이런 금기를 가릴 틈도 없이 함께 석탄을 캤다. 이날 몸이 아파 병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은 맏아들만 가까스로 화를 면했다.

13일 발생한 터키 마니사주 소마 탄광 폭발 사고 희생자들의 절절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터키 전역이 울음바다가 됐다. 유로뉴스는 16일 "참사 현장의 광경은 마치 보스니아 내전을 떠올리게 한다"며 "희생자들을 매장하기 위해 판 무덤이 줄을 지었고, 유족들은 남편·아들·아버지와 함께 슬픔까지 묻고 있다"고 전했다.

광산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우삭주 바야트 마을에서 태어난 이스마일 카타와 슐레이만 카타 쌍둥이 형제는 군 복무와 결혼식도 같은 날에 올릴 정도로 우애가 깊었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같은 광산에 취직했던 두 사람은 결국 사고로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했다. 또한 숨진 채 발견된 한 광부의 손에서는 '아들아, 나를 위해 기도해다오'라고 쓰인 편지가 발견돼 많은 터키인을 울렸다.

이번 사고 희생자는 284명(16일 밤 9시 현재)으로 집계됐다. 터키 당국은 당초 140여명으로 알려졌던 실종자 수를 18명으로 대폭 축소했고, 이를 믿을 수 없다는 여론이 빗발치면서 현장은 큰 혼란에 빠져들었다. 한편 이번 사고의 책임자로 비판받고 있는 탄광 소유주는 "그간 내 사비를 들여 광산 작업 환경을 개선했다"고 주장해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외신들은 오히려 이 탄광의 근로 여건이 민영화 이후 후퇴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외신들은 열악했던 근로 여건이 분노를 가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사고의 가장 나이 어린 희생자로 알려진 18세 광부의 시급은 불과 1.9리라(약 927원)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미러지는 "(광부들은) 도살당할 양 같은 처지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