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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우종민 교수 인간관계 클리닉] 바른말을 친절하게 할 수 있다면… 당신은 센스있는 사람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4. 5. 17.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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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우종민 교수 인간관계 클리닉] 바른말을 친절하게 할 수 있다면… 당신은 센스있는 사람

  • 우종민 인제대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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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05.17 03:00

    
	인간관계 클리닉 일러스트
    회사원인 50대 남성 A씨는 진실한 사람이다. 없는 말을 지어내지도 않고 틀린 말을 하지도 않는다. 회사에서 윗사람이건 아랫사람이건 가리지 않고 잘못된 점이 있을 땐 반드시 지적하고 즉각 건의를 한다. 집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라'는 속담처럼 틀림없이 바른말, 옳은 말을 한다.

    그에 대한 평판은 그리 좋지 않다. 일은 열심히 하지만 독선적이라는 말을 듣는다. 조금이라도 눈에 거슬리는 것이 있으면 그냥 넘어가지 못하고 잔소리를 하니 부부 싸움이 잦다. 새로 부임한 윗사람이 현장을 모르고 지시하기에 한마디했다가 A씨는 큰코다칠 뻔했다. 하지만 A씨는 억울하다. "그렇다고 잘못된 걸 그냥 넘어갈 수는 없잖아요. 제가 뭘 잘못했나요?"

    A씨의 문제는 바른말을 하는 것이다. 바른말을 한다는 건 사실을 그대로 말한다는 뜻이다. 가령 직원이 체중이 좀 는 것 같으면, A씨는 "요새 배 나왔네. 총각이 벌써 배가 나오면 되겠어?" "옷이 끼어 보이네? 요새 살쪘구나." 이렇게 말한다. 바른말이다. 사실이다. 하지만 상대방으로서는 감추고 싶은 사실이고 듣고 싶지 않은 말이다. 이런 말은 상대방 감정에 상처를 입힌다. 평소에 아무리 관계가 좋았더라도 순식간에 원수가 될 수 있다.

    마지막 정보가 더 큰 영향을 끼치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최종 정보 효과(recency effect)'라고 한다. 누구나 예전에 들었던 좋은 말은 까맣게 잊고 마지막에 들은 기분 나쁜 말만 기억하는 속성이 있다. 그러므로 열 번 잘해주려고 애쓰기보다는 차라리 한 번 기분을 망치지 않도록 조심하는 편이 낫다.

    목적은 달성할 수 있지만 상대방이 진저리를 내고 다시 듣고 싶어 하지 않을 말도 있다. 학생들의 결석률이 높아서 고심하던 어느 학교 교사가 결석률 '0'이라는 경이로운 목표를 달성했다고 한다. 그는 학생들을 큰소리로 야단치거나 벌을 주지 않았다. 한마디 말로 모든 학생이 학교에 나오게 만들었다. 그는 결석했던 학생에게 다가가 눈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네 부모님을 꼭 만나보고 싶구나. 부모님이 그렇게 가르쳤느냐?" 자존심이 상한 학생들은 그 소리가 듣기 싫어서 결석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학생들은 졸업 이후 다시는 이 교사를 만나려 하지 않았다.

    좋은 인간관계의 비결은 상대방의 귀가 열리고 또다시 듣고 싶어 할 말, 즉 친절한 말을 하는 것이다. 가령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결과가 좋지 않다고 치자. 어떤 의사는 "암입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6개월 생존율은 5%입니다. 현재로서는 치료법이 없습니다." 사실이다. 바른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야박하고 정떨어지는 바른말보다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현대 의학이 계속 발전하고 있으니까 조만간 좋은 치료법이 나올 것입니다. 그때까지 저하고 함께 버텨봅시다." 이렇게 말해주는 의사에게 신뢰가 생길 것이다. 그 말이 또 듣고 싶고, 기꺼이 자기 몸을 맡기고 싶을 것이다.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친절하게 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너무 올바르게 말하려고 애쓰지 말고, 행복해지기를 선택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