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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선생님⑥ 스마트폰으로 우리말이 빠져나가고 있어요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4. 7. 9.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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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문으로 우리말이 빠져나가고 있어요!
 
 

요즘은 초등학교에서도 고학년이 되면 스마트폰똑똑전화을 만지작거리는 아이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뭔가 허전하고 지루하고 심심하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을 때는 이어폰을 꽂고 편안하게 음악을 듣는다. 심심할 때는 친구들과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즐긴다. 또 스마트폰으로 지난밤 놓쳐 버린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챙겨 보기도 하고 좋아하는 웹툰을 보는 등 시간 보내기에 이보다 좋은 것이 없다.
 
전 세계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고 먼 곳에 있는 친구들과도 손쉽게 연락할 수 있으며 심지어는 낯선 사람과도 소통할 수 있다. 좋은 일이 생길 때는 카카오스토리나 누리소통망SNS에 올려 자랑도 하고 평소 가족들에게 말 못하는 고민들을 온라인상에서 친구들과 나누면 서로 공감대가 쉽게 형성되어 편안하다.
 
뭔가 궁금하거나 알고 싶은 것이 있으면 즉석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기도 한다. 거기다 검색을 통해 예쁜 것을 다운받아 스마트폰을 꾸미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그래서인지 오랜만에 가족들과 여행을 가더라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음식점에서 요리를 기다리는 중에도 손바닥 액정을 쳐다보느라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카카오톡과 게임을 넘나들다가 지루하다 싶으면 음악을 듣거나 유튜브 영상을 본다. 그러다 다시 여기저기 인터넷 사이트를 기웃거리며 돌아다닌다.
 
이렇듯 스마트폰은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언제 어디서나 볼거리들을 끊임없이 쏟아내는 요술 기계이다.
 
그래서인지 이 요술 기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장시간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스마트폰과 더불어 충전기를 제대로 챙겼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을 한다. 어디를 가더라도 스마트폰에 충전이 가득 차 있으면 왠지 안심이 되지만 행여나 배터리가 반 이상 소모된 것이 확인되면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하다가 급기야 아무것도 하기 싫은 무기력까지 경험하는 아이도 있으니 실로 심각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사용되는 스마트폰은 과연 우리 아이들의 언어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것이 바로 ‘카카오톡’이다. 아이들은 카카오톡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같이 찍은 사진도 나눠 갖는다. 그런데 바로 이 카카오톡이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 아이들의 언어생활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ㄴㄴ’싫어/아니야나‘ㅇㅇ’응/알았어 같은 초성어와 이모티콘이다.
 
틈만 나면 카카오톡을 즐기는 아이들에게 말을 걸라치면 “이것만 보내면 돼요.”, “빨리 답장해야 해요.” 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아이들은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화제가 바뀌기 전에 빨리 답장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서로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말하다 보니 누가 말할 준비를 하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서둘러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의 카카오톡을 보고 있으면 죄다 짧은 말들뿐이고 하나 마나 한 ‘ㅋㅋㅋ’나 ‘ㅎㅎㅎ’들이 대부분이다. 아이들은 이런 의미 없는 말이라도 해서 자신이 이 대화에 참여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싶은 것이다. 어쩐지 애처롭고 서글픈 생각마저 든다.
 
또, 카카오톡은 되도록 빨리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완전한 문장을 쓸 시간이 없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부모님과 함께 아침을 먹었어.’ 같은 문장을 ‘엄빠와 아침 머금’ 같은 짧고 괴이한 문장으로 바꿔 말한다. 카카오톡으로 이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서로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는 상황에서도 이런 말들을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딸과 통화 중에 ‘엄마 점약점심 약속 어디서 해?’라는 말을 듣고 ‘점약’이 새로 나온 약인 줄 알고 약장을 뒤졌다는 지인의 웃지 못 할 이야기를 듣고 내심 씁쓸하였다.
 
말은 서로의 생각을 소통할 수 있을 때 의미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두가 알아듣고 이해할 수 있는 정확한 문장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아직 말하고 쓰는 방법을 정확하게 익히지 못한 아이들이 줄임말부터 배우고 쓴다는 것은 교사이기 이전에 한 아이의 엄마로서도 마음이 아프다. 또 이렇게 어린 시절부터 습관적으로 말을 줄여 쓰다 보면 아이들은 문장을 완성하는 방법은 물론 자신이 쓰는 단어의 정확한 뜻을 익힐 기회마저 잃게 된다.
 
우리말은 학교에서 배우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운 우리말을 일상생활에서 바르고 정확하게 사용할 때 완전히 자신의 것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계속 이렇게 말을 줄여 쓰다 보면 우리 아이들이 익혀야 할 아름다운 우리말은 교과서와 칠판에만 남게 되지 않을까?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아이들이 카카오톡을 하면서 가장 많이 보내는 것 중의 하나인 이모티콘도 아이들의 우리말 교육에 큰 장애물이다.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우리말로 다양하고 풍부하게 표현하기보다는 쉽고 간편한 이모티콘부터 눌러 쓰는 것은 우리말 교육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모티콘이란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인데 아직 정확한 언어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도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이 이러한 제한된 그림으로 생각을 표현하는 법부터 배우게 되면 언어적 표현력을 키우는 데 방해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몇 가지 안 되는 이모티콘으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다 보니 매일 쓰던 이모티콘을 습관적으로 보내게 된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자신의 생각이 몇몇 이모티콘에 갇히게 된다.
 
사람의 감정은 더없이 섬세하고 예민하다. 그런데 어린 시절부터 카카오톡에서 정해준 몇 가지 그림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 아이를 보고 있으면 과연 친구들이 저 아이의 복잡한 감정을 제대로 이해할까 하는 걱정이 된다. 이모티콘 몇 개에 의존하는 우리 아이들이 과연 남에게 자신을 얼마나 충분히 표현할 수 있을까? 혹여나 너무 속상한 일이 있는데 표현할 방법을 몰라서 연이어 ‘울음’ 이모티콘만 보내고 있지는 않을까? 부모 된 입장에서 여간 걱정되고 속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극히 섬세한 사람의 감정이 ‘ㅋㅋㅋ’나 ‘웃음’ 이모티콘만 보내면 그만인 카카오톡. 그런 카카오톡으로 어린 시절부터 소통하는 우리 아이들이 과연 ‘그의 웃음이 내 마음속에 시나브로 들어왔다.’와 같은 표현을 훗날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 아이들은 이 문장을 보고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황당’ 이모티콘을 보낼지도 모른다.
 
그런 ‘황당’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바쁜 일상 중이라도 잠시 시간을 내어 우리가 오래전, 마당 평상에 앉아 그랬던 것처럼 거실에 모여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눠 보면 어떨까? 친구들과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나누기보다는 직접 전화를 걸어 이야기하고, 운동장이나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맘껏 뛰어놀고 집 근처라도 자주 산책을 나가 따뜻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 물론 학교에서도 우리말을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하고 아이들의 표현력을 키워 줄 시나 동화를 많이 들려주어야 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사용하는 줄임말과 이모티콘의 수를 줄이고 좀 더 아름답고 섬세한 표현을 쓸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잠시 시간을 내어 사랑하는 아이 방으로 들어가 보라. 혹시 내 아이가 스마트폰에 고개를 묻고 있지는 않은가? 만약 그렇다면 아이의 손을 잡고 거실로 나와 사과라도 깎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눠보자. 우리네 어린 시절, 마당 평상에 앉아 그랬던 것처럼…. 아마 그때와 지금 아이들의 말이 너무도 달라 새삼 놀랄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우리가 차마 눈치채지 못한 사이 네모난 스마트폰 문을 열고 하나둘 빠져나가 버린 아름다운 우리말들을 하루빨리 찾아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할 일이다.

 
 

글_김미옥
서울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28년 째, 꽃 같은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희망 가득한 교실이 내 뜨락임에 감사한 교사이다. 서울교육대학교 대학원에서 국어교육을 전공하였으며 시와 수필을 쓰는 작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