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X파일] "유가족이 벼슬이냐고요?".. 세월호 유가족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
헤럴드경제 입력 2014.07.19 08:52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세월호 참사 95일째. 국회의사당 본청 앞 차가운 돌바닥에 자리를 깔고 연좌침묵농성에 들어간 세월호 유가족은 오늘도 미어지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노란 종이배를 접습니다. "잘 다녀올게"라며 집을 나선 뒤로 꼭꼭 숨어 버린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렸기 때문이었을까요. 기자의 눈에는 남몰래 눈물을 훔치는 유가족의 모습도 이따금씩 눈에 띕니다.
여야가 세월호 피해자의 보상 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한 7월. 정치권에서 불거진 '대학 특혜', '의사자 지정' 논란은 엉뚱하게도 세월호 유가족을 비난 여론의 한복판에 서게 만들었습니다. "유가족이 벼슬이냐" "놀러가다 사고가 난 거 아니냐" "이제 그만 좀 (요구)해라"라는 댓글 하나하나가 유가족의 마음에 대못을 박고 있는 셈이죠.
하나 뿐인 자녀를 하늘나라로 보낸 한 세월호 피해자 아버지는 억울한 마음에 울분을 토로합니다.
"국회의원들한테 당신들이 발의한 '세월호 특별법'에 그런 내용(대학 특혜, 의사자 지정)을 빼라고 했어요. 저희는 세 달이 되도록 진상이 제대로 규명되지도 않는 상황에 답답하니까요. 그런데 국회의원들이 '알아서 우리가 할테니 기다리라'고 합니다. 제가 법을 어찌 알겠습니까. 그런데 믿고 기다렸더니 저희가 욕을 먹고 있었네요"
실제로 이 같은 법안을 만든 분은 새정치민주연합 전해철ㆍ유은혜 의원, 새누리당 김명연 의원입니다. 이들이 발의한 법안을 보면 단원고 학생, 더 나아가 희생자 직계비속 또는 형제자매들을 정원 외로 입학시키자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마음 씀씀이가 과했던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악화된 여론을 마주하면서도 일단 국회의원의 말처럼 기다려야만 했었을까요.
이유는 법을 만드는 사람은 국회의원이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특별법'을 두고 여당과 야당이 지리한 공방을 이어가도 세월호 유가족은 국회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국회 건물 밖에서 발만 동동 굴릴 수 밖게 없습니다. 그 잘난 국회의원이 아니니까요.
물론 입법 청원서를 제출하는 방법으로 유가족 측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전 국민적인 여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는 유가족의 목소리를 담은 '청원'일 뿐, 실질적인 법적 권한을 갖기 어렵습니다. 국회의원 배지가 없으니까, 합당한 국회 방문 목적에 부합하지 않으니까, 출입이 허가된 공무원이나 기자가 아니니까, 그저 유가족은 국회 본청 밖에서 국회의원의 대답을 기다려야 할 뿐입니다.
결국 세월호 참사 유가족 130여명이 국회 본청 앞에서 농성을 시작한 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논의하는 과정에 가족들도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침몰하는 배에 선장이 없었던 것처럼 유가족도 마냥 기다리다간 언제 선장이 도망갈지 알 수 없을 테니까요. 세월호 침몰사고를 조류독감 AI에 비교한 새누리당의 조원진 의원, 세월호 국조 기관보고 도중 대놓고 조는 새누리당의 이완영 의원을 보면서 항의를 하고 고성을 질러도 "회의에 방해가 되니 회의장 밖으로 나가라"(새누리당 심재철 의원)는 말을 들어야 하는 것이 세월호 유가족입니다.
세월호 특별법을 둔 정치권의 줄다리기에 국민들의 인내심이 바닥나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이따금씩 세월호 유가족을 두고 "너무 정치적이다" "유가족당이냐"라고 비난하는 분들께는 왜 이들이 거리로 나섰는지 한번이라도 다시 생각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90일 일정으로 시작한 세월호 국정조사가 조사기간의 3분의 1을 훌쩍 넘겼지만, 지금까지의 국정조사는 해양경찰청의 상황실 통화 녹취록을 공개한 성과를 제외하고는 새로울 것이 없는 '맥빠진 조사'라는 부정적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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