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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함 없지만 정상에 오른다, 숨겨진 바위굴 있으니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4. 8. 21.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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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함 없지만 정상에 오른다, 숨겨진 바위굴 있으니

입력 : 2013.03.07 04:00

3월의 산- 춘천 굴봉산

굴봉산 정상에서 새덕산 줄기와 굴봉산역 인근이 내려다보인다. 탁트인 조망으로 가슴까지 시원하다.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강원도 춘천의 굴봉산(窟峰山·394m)은 '아침에 일어나니 유명해졌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산이다. 경춘선 복선전철이 개통되면서 인근에 '굴봉산역'이 생겨 갑자기 유명해졌기 때문이다. 이 봉우리는 옛 경춘선 열차가 경강역에 섰던 시절에는 찾는 이가 거의 없었던 조용한 곳이다. 하지만 이제 전철로 접근이 쉬워지며 경춘선의 새로운 인기 산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경춘선의 인기 산행지

수려한 산세와 탁월한 조망은 인기 산행지가 지녀야 하는 기본 덕목이다. 그런 면에서만 보면 굴봉산은 높은 점수를 줄 만한 곳은 아니다. 산이 두드러지게 높지도, 눈에 띄게 화려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굴봉산은 강촌역 기점의 검봉산이나 봉화산 못지않게 인기를 끌고 있다. 산 정상부에 형성된 이심이굴, 우물굴, 쌍굴 등 절묘한 형상의 바위굴을 구경하는 재미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특별한 매력이 인기를 끄는 비결인 것이다.

굴봉산역은 새덕산 줄기와 굴봉산 사이 골짜기에 자리를 잡았다.

전철역 앞 등산로 안내도를 보고 북쪽의 서천분교로 이동했다. 학교 앞의 '굴봉산' 이정표를 보고 좌회전해 개울을 건너니 본격적인 산길이 모습을 드러냈다. 초반부터 제법 가파른 오르막이 앞을 막았다. 바람이 부드러운 것을 보니 굴봉산에도 봄이 머지않은 모양이다. 잠시 걸었는데도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등산객들이 굴봉산의 명물‘쌍굴’에서 기념촬영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정상 바위굴 볼거리

잣나무 가득한 골짜기를 지나 능선마루에 올라서니 작은 벤치가 등산객을 반겼다. 잠시 숨을 돌리고 완만하게 굽이치는 능선을 따라 정상으로 이동했다. 숲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북한강이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였다. 점차 고도가 높아지며 건너편 새덕산 일대의 산줄기도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원하게 조망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없어 아쉬웠다.

가파른 바위지대를 지나 널찍한 공터가 형성된 정상에 섰다. 이곳은 굴봉산에서 조망이 가장 뛰어난 장소다. 남서쪽으로 새덕산 정상이 마주 보이고 서쪽 아래로는 굴봉산역과 서천분교가 가마득하게 내려다보인다. 그 뒤로 연인산과 명지산 등 경기도의 고봉들이 멀리 솟아 있다. 막힘 없는 조망에 가슴이 시원했다.

정상 남쪽의 급사면을 따라 내려서면 연이어 동굴이 나타났다. 처음 만나는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가니 '이심이굴'과 '우물굴'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우물굴'은 안쪽의 움푹 파인 곳에 고인 물이 사철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삼거리에서 계속해 산길을 따라 조금 더 내려서면 굴봉산의 명물인 '쌍굴'이 나타난다.

바위벽에 구멍 두 개가 뚫려 있는 '쌍굴'은 기념촬영지로 인기가 있는 곳이다. 3m 정도 떨어진 두 개의 굴이 연결되어 있어, 오른쪽 굴로 들어가 왼쪽 굴로 얼굴을 내밀고 사진을 찍을 수 있어 흥미롭다. 굴 입구는 좁지만 속은 제법 넓어 움직이는 데 불편이 없었다. 돌아가며 바위굴 구경하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봄을 맞아 하루 정도 놀고 오기 딱 좋은 산이었다.

여행수첩

굴봉산 산행은 굴봉산역을 중심으로 다시 돌아오는 코스가 무난하다. 경춘선 전철이 수시로 운행하고 있어 교통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산행은 굴봉산역에서 북쪽으로 400m 정도 떨어진 서천분교 앞에서 시작된다. 이곳에서 동쪽 서사천을 건너 잣나무 숲을 통과해 능선으로 오르는 것이 비교적 쉽다. 초반부가 약간 가파르지만 계곡길이 완만해 큰 힘 들이지 않고 굴봉산 주 능선에 오를 수 있다.

 

능선길은 완만한 오르내림이 계속되며 정상 북쪽의 전망바위까지 이어진다. 정상에 이르기 직전 나타나는 거친 바위지대에 밧줄이 설치되어 있어 큰 위험 없이 오를 수 있다. 굴봉산 정상은 쉼터인 동시에 전망대 역할을 하는 곳이다. 작은 평지에 이정표와 벤치가 설치되어 있고, 절벽이 형성된 서쪽 방향의 시야가 막힘이 없다.

 

하산은 굴봉산 남쪽의 도치골 방향의 등산로를 이용한다. 급사면을 내려서면 바위지대를 우회하며 산길이 방향을 바꾼다. 이 부근에 ‘이심이굴’과 ‘우물굴’이 있고, 바로 아래 ‘쌍굴’이 자리하고 있다. 이후 산길은 지그재그로 급경사를 통과해 고도를 낮춰 도치골로 합류한다. 계곡길을 따라 백양1리로 하산하면 넓은 도로를 만나고 북쪽으로 1.2㎞ 거리에 굴봉산역이 있다.

 

굴봉산에서 육개봉으로 이어지는 주 능선은 중간에 골프장이 생기며 끊어져 있어 도치골을 통해 산길이 이어진다. 정상에서 바위굴을 보고 도치골로 내려선 뒤, 다시 옆 능선으로 올라선 뒤 육개봉을 거쳐 검봉산으로 종주 산행을 즐길 수 있다. 굴봉산~육개봉~검봉산~봉화산 일대에는 춘천시가 주요 기점마다 이정표나 안내 팻말을 설치해 어려움 없이 산행이 가능하다.

 

굴봉산역에서 서천분교~정상~도치골~백양 1리~굴봉산역으로 돌아오는 코스는 약 6㎞ 거리로, 산행에만 3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서울 상봉역에서 굴봉산역을 경유하는 춘천행 전동열차 운행. 굴봉산역에서 하차해 북쪽 경강역 방향으로 이동해 산행을 시작한다. 굴봉산역에서 상봉역행 전동열차 운행. 서울 시내에서 출발할 경우 굴봉산까지 기본요금에 1000원 추가.

춘천 후평동에서 출발하는 86번 버스가 1일 5회 굴봉산역을 지나간다. 이 버스를 이용해 굴봉산 주변 산행 기점으로 이동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