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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만? 옷도, 커피도..온 국민이 '호갱시대' 머니투데이 | 이슈팀 김종훈| 김사무엘 기자 | 2014-10-13 14:25:06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4. 10. 1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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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만? 옷도, 커피도..온 국민이 '호갱시대' 머니투데이 | 이슈팀 김종훈| 김사무엘 기자 | 2014-10-13 14:25:06

 

[머니투데이 이슈팀 김종훈기자][단말기 공급가 OECD 1위, 옷값 3위..커피값은 미국의 2배]



지난 4월 서울 시내의 LG 유플러스 휴대폰 대리점에서 직원들이 고객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호갱'. 호구와 고객의 합성어다.
원래 휴대폰을 살 때 이러저리 알아보지 못하고 남들보다 비싼 값에 샀던 어수룩한 소비자를 의미했다. 이달부터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안'(단말기유통법)이 시행되면서 보조금 지원이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국민들이 더 높은 가격에 단말기를 구매하게 돼 '전국민이 호갱됐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특히 우리나라 휴대폰 값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호갱'은 휴대폰뿐 아니라 각종 전자제품, 의류, 커피 등 다양한 품목에서 나타난다. 입고, 먹고, 쓰는 모든 것이 '호갱짓'의 연속인 셈이다.

◇휴대폰 공급가 세계 1위, 옷값 3위..커피값은 미국의 2배

우리나라의 휴대전화 단말기 공급가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 중에서도 가장 높다.
지난 12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문병호 의원(인천 부평갑)이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받은 '2011~2013 OECD 주요국의 휴대전화 단말기 공급가'(가트너, 2014년 3월)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고가폰 평균 공급가는 512.24달러(한화 약 54만9000원)로 조사 대상 29개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실제 13일 이동통신 3사 공식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삼성 '갤럭시노트4'의 가격을 살펴보면 9만원대의 요금제에 가입했을 때 단말기 가격은 3사 평균 83만2600원이었다. 하지만 미국 통신사 AT & T에서 2년 약정으로 개통할 경우 기기값은 299.99달러(약 32만2000원)까지 떨어졌다.

전자제품도 국내와 해외의 가격차가 상당하다. 한국 삼성전자스토어에서 판매되는 삼성 노트북 '아티브 북9 플러스(NT930X3G-K79)'의 가격은 250만원이다. 미국 판매사이트에서는 거의 동일한 사양의 '아티브 북9 플러스(NP940X3G-K04US)'를 할인특가 포함 1500달러(한화 약 160만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약 90만원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스페인 의류 브랜드 '자라' 한국, 미국, 일본 가격 비교/ 사진=자라 홈페이지
의류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서울대 의류학과 패션마케팅연구실이 지난해 영국 명품 브랜드 버버리의 대표 아이템 6개로 산출한 국내 평균 판매가는 1074달러로 조사대상 42개국 중 세 번째로 비쌌다. 스페인 SPA(제조·유통 일괄형 의류) 브랜드 자라도 기본 디자인 상품 10개의 국내 판매가가 86.87달러로 40개국 중 네 번째로 높았다.

한국인의 대표 기호식품 커피도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이 비쌌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과 코트라, 동아일보가 OECD 주요 20개국의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가격을 각국 물가수준을 감안한 구매력평가(PPP) 환율로 환산 비교해보면 한국의 커피값은 4.85달러로 조사대상국 중 6번째로 높았다. 미국(2.45달러)보다는 약 2배나 높은 값이다.

이런 가격차에 대해 업체 측은 물품이 들어오기까지의 부대비용이나 서비스비용, 국가별 인건비 차이, 가게 임대료 등 다양한 요소가 반영되기 때문에 국가별 제품 가격의 일괄 비교가 어렵다고 해명했다.

한 수입제품 판매업체 관계자는 "제품의 가격은 나라마다 상이한 요인들이 반영돼 결정된다"며 "제품이 판매되기까지 필요한 비즈니스 비용에는 세금, 물류비, 유통비, 광고비, 마케팅비 그리고 고객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서비스 등 다양한 요인들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측은 "테이크아웃 고객이 대부분인 미국, 영국 등과 달리 매장 내에 머물며 커피를 마시는 고객이 많은 한국의 경우, 매장을 대형화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임대료와 인건비 등의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 소비자는 봉?" 호갱 안되려면..

업체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국내 소비자들은 대부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2~3달에 한 번씩 해외직구를 이용한다는 주부 조모씨(28)는 "해외직구를 직접 해보면서 국내와 해외의 가격차가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기업들이 국내 소비자를 '봉'으로 여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같은 제품인데 도대체 왜 우리나라에서만 비싸게 파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이런 '호갱 현상'이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우리나라 시장질서가 과점시장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정전 서울대 환경계획학과 명예교수는 "'호갱' 현상은 정보비대칭으로 인한 시장 독과점 때문"이라며 "시장에서 정보비대칭은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한 소비자는 '호갱'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심현덕 참여연대 간사 역시 "우리나라 시장은 전반적으로 기업들의 과점 현상이 심하다"며 "기업들이 국민들을 호구로 보는 것도 자본주의 공정거래 질서가 바로 잡혀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봤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호갱에서 벗어나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을 주문했다.
이정전 교수는 "정보비대칭으로 발생하는 호갱을 막기 위해 시민단체나 전문가, 정부가 나서 소비자들을 위한 왜곡된 정보를 고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호갱에서 탈출하기 위한 소비자 행동도 중요하다"며 "국민을 호갱으로 삼는 기업에 대해 보이콧 등 직접행동에 나서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