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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묵
죽은 우물을 건져냈다
우물을 뒤집어 살을 바르는 동안 부식되지 않은 갈까마귀 떼가 땅으로 내려왔다
두레박으로 소문을 나눠 마신 자들이 전염병에 걸린
거목의 마을
레드우드 꼭대기로 안개가 핀다, 안개는 흰개미가 밤새 그린 지하의 지도
아이를 안은 채 굳은 여자의 왼발이 길의 끝이었다
끊긴 길마다 우물이 피어났다, 여자의 눈물을 성수라 믿는 사람들이 물통을 든 채 말라가고 있었다
잎 떨어진 계절마다 배설을 끝낸 평면들이 지하를 채워 나갔다
부풀지 못한 뼈들을 눕혀 물기을 만들면 사람들의 발목에도 실뿌리가 자랄까
안개가 사라진다 흰개미가 입구를 닫을 시간이다
우물은 떠나지 못한 자의 피부다
[201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1967년 대전 출생 ▲충남대 기계설계공학 전공 ▲현 소속 M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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