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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야채 같은 것 / 성미정 ---3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5. 1. 29.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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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야채 같은 것/성미정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씨앗을 품고 공들여 보살피면
언젠가 싹이 돋는 사랑은 야채 같은 것


그래서 그녀는 그도 야채를 먹길 원했다
식탁 가득 야채를 차렸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오이만 먹었다


그래 사랑은 야채 중에서도 오이 같은 것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야채뿐이 식탁에 불만을 가졌다
그녀는 할 수 없이 고기를 올렸다


그래 사랑은 오이 같기도 고기 같기도 한 것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의 식탁엔 점점 많은 종류의 음식이 올라왔고
그는 그 모든 걸 맛있게 먹었다


결국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 사랑은 그가 먹는 모든 것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50/6』(조선일보 연재,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