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봄비 / 변영로 -- 카톡 - 좋은 시 30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졸음 잔뜩 실은 듯한 젖빛 구름만이
무척이나 기쁜 듯이 한없이 게으르게
푸른 하늘 위를 거닌다.
아, 잃은 것 없이 서운한 나의 마음!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어렴풋이 나는 지난날의 회상같이
떨리는 뵈지 않는 꽃의 입김만이
그의 향기로운 자랑 안에 자지러지노나!
아, 찔림 없이 아픈 나의 가슴!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이제는 젖빛 구름도 꽃의 입김도 자취 없고
다만 비둘기 발목만 붉히는 은실 같은 봄비만이
소리도 없이 근심같이 내리누나!
아, 안 올 사람 기다리는 나의 마음!
-김희보 엮음『한국의 명시』(가람기획 증보판, 2003)
'시 편지·카톡·밴드 > 카톡 ♠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김용택 -- 카톡 - 좋은 시 31 (0) | 2015.03.02 |
---|---|
별 헤는 밤 / 윤동주 -- (0) | 2015.03.02 |
그 사람을 가졌는가 / 함석헌 -- 카톡 - 좋은 시 29 (0) | 2015.02.28 |
여보 비가 와요 / 신달자 (0) | 2015.02.28 |
순천만에서 바람을 만나다/박창기 카톡 - 좋은 시 28 (0) | 2015.0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