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이상국 -- 카톡- 좋은 시 40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5. 3. 17. 08:33
728x90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이상국 -- 카톡- 좋은 시 40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부엌에서 밥이 잦고 째개가 끓는 동안

헐렁한 옷을 입고 아이들과 뒹굴며 장난을 치자

나는 벌 서듯 너무 밖으로만 돌았다

어떤 날은 일찔 들어가는 게

세상에 지는 것 같아서

길에서 어두워지기를 기다렸고

도 어떤 날은 상처를 감추거나

눈물자국을 안 보이려고

온몸에 어둠을 바르고 돌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일찍 들어가자

골목길 감나무에게 수고한다고 아는 체를 하고

언제나 바쁜 수퍼집 아저씨에게도

이사 온 사람처럼 인사를 하자

오늘은 일찍 돌아가서

아내가 부엌에서 소금으로 간을 맞추듯

어둠이 세상 골고루 스며들면

볼을 있는 대로 켜놓고

숟가락을 부딪치며 저녁을 먹자

 

시집어느 농사꾼의 별에서(창비, 2005)

조명숙 엮음하늘 연인(열음사, 2006)

 

 

 

출처: 사이버 문학광장 문장/ 도종환 시배달 2006-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