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날
김형영
어머니, 꽃구경 가요.
제 등에 업히어 꽃구경 가요.
세상이 온통 꽃 핀 봄 날
어머니 좋아라고
아들 등에 업혔네.
마을을 지나고
들을 지나고
산자락에 휘감겨
숲길이 짙어지자
아이구머니나
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었네.
봄구경 꽃구경 눈 감아버리더니
한 움큼 한 움큼 솔잎을 따서
가는 길바닥에 뿌리며 가네.
어머니, 지금 뭐하시나요.
꽃구경은 안 하시고 뭐하시나요.
솔잎은 뿌려서 뭐하시나요.
아들아, 아들아, 내 아들아
너 혼자 돌아갈 길 걱정이구나.
산길 잃고 헤맬까 걱정이구나.
―시집『다른 하늘이 열릴 때』 (문학과지성사, 1987)
―최동호 신범순 정과리 이광호 엮음『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문학과지성사, 2007)
고려장에 대해서는 구구한 얘기들이 많다. 우리가 흔히 아는 얘기로는 고려시대에 고려장이라는 풍습이 있어 부모가 늙고 더 이상 노동능력이 없으면 자식들이 지게에 업고 가서 산에다 묻고 구멍을 뚫어서 음식을 넣어주고 죽으면 그 자리에 그냥 무덤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고려장이라는 말은 옛날 자료 어디에도 없다고 한다. 고려시대까지 병자를 산속 깊이 내다버리는 풍속이 있었다고 하는데 여기서 병자란 전염병 환자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한다.
고려시대에는 불효죄는 반역죄와 더불어 매우 엄하게 처벌하였다고 하는데 이런 사회에서 고려장이라는 풍속이 있었을까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일제에 의해 날조된 이야기라고도 하는데 어쨌든 양식은 모자라고 손자들이 커서 장가를 가 새 식구가 늘면 양식을 줄이기 위해 그런 풍습들이 행해졌던 모양이다.
몇 년 전에 영화에 대한 이메일이 한 통 들어왔다. <명작에게 길을 묻다>로 죽기 전에 보아야할 120편의 명화라고 소개가 되어 있었다. 영화를 즐겨보는 편은 아니지만 두고두고 본다는 생각으로 샀는데 그 속에 일본판 고려장 영화 ‘나라야마 부시코’ 가 있었다. 영화로 만들어진 걸로 봐서는 일본에도 고려장이라는 풍습이 있었고 일본 뿐 아니라 고려장은 중국, 인도 등 여러나라에 산재해 있다고 한다.
금년 3월 초인가 KBS에서 이미자·장사익 콘서트를 보았다. 채널을 돌리다보니 본방과 재방을 다 보았는데 많은 방청객들의 갈채 속에 두 거장의 노래가 무대를 압도하고 있었다. 특히 장사익이 부르는 ‘꽃구경’은 애절하고 호소력잇는 음색으로 폐부를 찌르는 듯한 고통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시인인 어느 대학교수는 그의 노래에 대해 피를 토하듯 심장을 뚫고 터져 나오는 소리라며 그의 노래는 일반 대중가수들의 노래와는 판이하게 다르다고 했다.
이 꽃구경의 노래 가사가 바로 김형영 시인의 ‘따뜻한 봄날’의 곡을 붙인 것이다. 현대시 100년 기념으로 문지에서 펴낸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에 통화 시편 6, 모기, 노루귀꽃과 함께 이 따뜻한 봄날 시가 있었다. 솔직히 나는 이 ‘따뜻한 봄날’ 을 시보다 노래로 먼저 알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래를 부른 가수를 기억하지 작곡가가 누구인지를 잘 모른다. 작곡자는 그나마 낫다. 노래말을 지은 작사가는 거의 모르거나 관심도 없는 편이다.
부모에게 받은 사랑 자식에게 한다지만 제식에게 쏟는 정성 십분의 일만이라도 하면 효자 효부라고 한다. 말은 시대와 더불어 생성되기도 하고 소멸되는데 고려장이라는 말은 아직도 소멸되지 않고 쓰이는 것을 보면 이 단어가 주는 의미가 특별함 때문도 있을 것이다. 집에서 제대로 돌봐주지 못한다면 집보다 요양원이 낫다고 해서 찬성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신고려장이라는 용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김인육 시인도 '후레자식'에서 신고려장에 대한 시를 쓰기도 했다. 꽃이 다투어 막 피어나는 봄날 나들이하기 좋은 계절이다. 걸을 수 있는 부모님이 계시다면 이 좋은 계절에 나들이라도 나갈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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